동묘구제시장(1)

by 김영빈

동묘를 처음 가게 된 계기는 칼하트였다.


빈지노의 노래를 자주 들었던 나는 그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칼하트라는 브랜드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칼하트는 유독 구제 시장에 매물이 많았는데, 특유의 튼튼하고 힘이 있는 원단 때문이었다.


브랜드 자체가 실제로 노동자들을 위한 워크웨어 제작을 기반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내구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칼하트의 후드 집업이 크게 유행한 이후로 지금은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무언가 아는 사람만 아는 것 같은 유니크함도 있어 보였다.


또한 옷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동묘를 향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처음 마주한 동묘는 특유의 북적북적함과 젊은 층이 아닌 노년층이 더 많은 신기한 광경이 좋았다.


무한도전으로 유명세를 탄 뒤이기에 사람도 많아지고 어느 정도 변화가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았다.


그분들은 크게 브랜드를 상관하지 않고, 걸리는 데로 저렴하게 파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엔 나도 앳된 나이었기에 간단한 흥정도 잘해주시는 편이었다.


따로 브랜드별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마음에 드는 옷을 찾고, 몸에 대보고, 가격을 묻고, 약간의 흥정을 하고, 구매하는 식이었다.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3천만 원~”

“조금 깎아주시면요?”

“이제 당연한 듯이 물어보네? 원래 5천만 원짜리인데 그냥 2천만 원에 가져가~”


자주 가다 보니 나름 친분을 쌓은 사장님과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90% 이상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정이었다.




원하던 칼하트의 재킷, 후드, 셔츠 등을 여러 벌 구매하기도 하고 평소 알고 있던 이런저런 브랜드의 옷을 구매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브랜드의 티셔츠였다.


당시 가장 핫한 스트릿 브랜드 중 하나였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새 옷에 가까운 반팔티를 7천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냉큼 구매하였는데, 막상 입으려고 가져오니 사이즈가 애매해서 중고 거래로 판매하게 되었다.


판매하려고 상품명을 찾다 보니 BTS 멤버 중 한 명이 실제 착용한 옷이었고, 이미 단종된 상태라 구할 수 없는 옷이었다.


그래서 옷을 올리자마자 수많은 문의가 쏟아졌고, 구매한 금액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친구들은 옛이야기를 할 때면 나를 종종 사재기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그 당시 동묘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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