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구제시장(2)

by 김영빈

동묘에 워낙 자주 다녔을 때는 내 옷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 어울릴만한 옷들이 있는지도 열심히 살폈다.


비싸고 좋은 옷을 선물해 드리면 좋았겠지만, 대학생 신분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티셔츠, 아버지에게 점퍼를 하나씩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때에는 옷을 보는 안목이 지금과 달랐기에 내가 놓친 사소한 부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님도 물론 그것을 아셨겠지만, 그래도 아들이 옷을 사 왔다고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철이 덜 든 채 성인이 되어버린 아들의 마음까지도 보듬어 주신 거겠지.




최근 동묘에 방문했을 때는 노점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분들이 가게 운영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 가게에서는 호객도 하고 있었다.


옷들은 당연히 모든 브랜드를 나누어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상태에 비해 이게 구제 가격이 맞나 싶은 정도의 옷들도 많았다. 물론 내 얕은 식견이 어떤 희소성을 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동묘에 처음 왔을 땐 구제 특유 약간의 얼룩이나 그리 좋지 못한 원단도 기꺼이 감내했다.


사실 그런 디테일함보다는 내가 원하는 브랜드나 디자인이면 됐던 것 같다.


나이가 조금 들어보니 이제는 그런 사소한 부분이 구매를 망설이게 할 정도였다.


아직도 중고 거래를 종종 하는 편이지만 과거엔 망설임 없이 구매했을 법한 상태가 애매한 옷들을 손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나도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동묘에서 집으로 돌아오며, 예전처럼 자주 동묘에 오진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냥.. 가끔 여기저기 묻어있는 추억을 느끼고 싶을 때 들르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묘.


추억을 느끼러 간 장소에서 마주한 건,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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