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

당신을 기억합니다

by 여운


시간이 오래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기억들이 있다. 구정 연휴, 수많은 음식이 있던 뷔페에서 왜 하필 나박김치가 눈에 띄었는지, 덕분에 매 명절마다 명절 음식을 그 많은 식구들에게 손수 차려주신 외할머니가 또 생각났다. 그때는 그렇게 많은 식구들이 모여 먹어도 줄지 않는 명절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외식하며 명절을 보내다 보니 그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또 얼마 전,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휠체어의 한 할머니께서 입으신 꽃무늬 옷이 작년 하늘나라로 가신 외할머니가 입으시던 옷과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보고 싶은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순간, 잊힌 듯한 기억들이 얼마나 내 안에 살아 있는지 새삼 느꼈다. 이렇듯 기억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손님처럼 찾아오는 것 같다.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기억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따뜻했던 기억들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 물론 아픈 기억들도 있지만, 그것 또한 마주해야 비로소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기억의 여운을 100일 동안 하나씩 꺼내 기록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아픈 마음을 다독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조용히 추모하고, 그들의 삶이 결코 사소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그 속에서 느끼는 작은 위로와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나 또한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돌아보고 정리하며 시간을 갖고자 한다.


잘 살아가는 삶은 이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는 삶이지 않을까 하고 조용히 생각해 보며, 앞으로의 100일 동안 나의 기억과 마음을 하나씩 기록해 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