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by 여운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음식을 자주 배달시켜 먹는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려면 시간도 들고 돈도 드는데, 막상 해놓으면 남아서 음식 쓰레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배달 음식을 시키는 편이 오히려 더 경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여러 합리적인 이유를 들며 배달 음식을 점점 더 자주 선택하게 된다. 초반에는 가족들에게 좀 미안했는데, 내 음식보다 배달 음식을 더 좋아해 주는 가족들 덕분에 합리적인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요즘은 배달로 시키지 못하는 음식이 거의 없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짜장면 정도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외할머니 댁에서 중국 음식을 배달시킨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외식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유일하게 짜장면만큼은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였다. 외할머니께서 우리가 먹은 그릇을 들고 설거지를 하시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라서 말했다.


“할머니, 그거 그냥 문 밖에 두면 가져가세요. 설거지 안 하셔도 돼요.”

그러자 외할머니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본인은 이제껏 늘 짜장면 그릇을 설거지해서 문 밖에 두었다고.


"아니, 그럴 거면 배달 음식을 안 시켜 먹죠. 편하려고 시키는 건데 굳이 왜 그러세요?" 그렇게 되묻자 외할머니는 그게 당연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본인은 짜장면을 시켜 먹을 때마다 그릇을 닦아 밖에 두었다고 말씀하시던 외할머니. 그때는 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시는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그게 조금 자랑스러우셨던 게 아닐까 하고.


외할머니는 늘 단정한 분이셨다. 집은 항상 정돈되어 있었고, 살림은 무엇이든 본인 손으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셨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게 본인이 지켜야 할 생활의 기준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식사는 늘 외할머니의 몫이었다. 가족들이 모이면 당연히 부엌에 서 계신 분이었고, 밥상은 늘 정갈하게 차려졌다. 짜장면을 시켜 먹는 날은 그런 할머니에게도 잠깐의 ‘편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그대로 내어놓는 일만큼은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것 같다.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서 먹고 간 그릇이 씻기지 않은 채 나간다는 것은, 외할머니에게는 어딘가 맞지 않는 일이었을 테니까.


그래서였을 것이다. 배달 음식은 시켜도, 그릇만큼은 꼭 깨끗하게 씻어 밖에 내놓으셨던 이유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단순히 설거지를 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외할머니가 살아오며 지켜온 생활의 방식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작은 자존심 같은 것이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주방을 깔끔히 유지해나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행여 피해줄까봐 배달 그릇을 닦아 내놓는 상대를 배려하는 분.


외할머니는 그런 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