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은 사람이 있다. 딱히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취향을 공유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이유는 모르겠지만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은 사람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그냥 좋은 사람이 있다. 우리 외할머니다. 할머니 곁에서 자라며 보낸 세월이 적지 않은데도, 정작 할머니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저 할머니의 하루가 무엇으로 채워지는지, 그 시간을 어디에 쓰셨는지 기억이 날 뿐이다.
할머니는 늘 집에 계셨다. 소소하게 장을 보고 오셔서
식사를 준비하시고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셨다. 시장에서 갓 구운 빵 (아직도 기억나는 카스테라 고물 묻은 꽈배기)을 챙겨 주셨고, 어떤 날은 화장품을 사 오셔서 나눠주셨다. 본인은 이렇게 시장에서 아무거나 사서 발라도 피부가 좋다고 한다는 셀프자랑도 하시며 말이다.
또 집에서 할머니가 드라마를 보시는 걸 자주 같이 보았는데,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속상하다고 왜들 저리 술 x먹냐며 화내시던 것도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할머니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셨는지 모르겠다. 보통 여자들이 좋아하는 쇼핑도 여행도 딱히 안 좋아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뭐 젊은 시절에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고스톱도 치곤 하셨으나 이걸로 푸셨었을지도 하하)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지내왔으면서도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 대해서는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반성해본다. 마음이 아려온다.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라면서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살피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목욕탕을 자주 가셨는데, 난 단 한 번도 할머니를 모시고 목욕탕을 가지 못.. 아니 안 했다. 아마도 할머니는 목욕을 좋아하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