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기일 때 맨날 우유로만 목욕시켰었어.”
할머니는 이 말씀을 종종 반복적으로 하시며, 덕분에 손녀 피부가 이렇게 하얀 거라며 뿌듯해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정말 우유로 목욕을 했는지, 얼마나 자주 그랬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 말속에는 늘 내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는 느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다독여 주는 것처럼. 생각해 보면 할머니는 나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받던 아이였는지 말해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우유로 목욕을 시켰다는 이야기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렇게 귀하게 자란 아이야.” “너는 사랑받던 아이야.” 그런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반복하시면서 전해 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어릴 때는 그저 기분 좋은 이야기처럼 웃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주는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은 살다 보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있고, 내가 별것 아닌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떠올릴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나는 한때 누군가에게 그렇게까지 아껴 주고 싶은 아이였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할머니의 그 말이 떠오르면, 힘이 난다.
“그래..나 우유로 목욕하던 귀한 아이였지?”
할머니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할머니가 해주시던 이 말씀 덕분에 힘을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