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무엇인지

by 여운


'사는 게 무엇인지 아픈 게 무엇인지 나는 알 순 없지만~'


이 옛날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요즘이다. 분명 모든 상황들은 예전보다 나아진 거 같은데 또 다른 문제들이 내게 주어져서 자꾸 인상을 쓰게 된다. 문득 거울 속 내가 인상 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땐 너무 별로라 못 본척하게 되는데 이러다 인상이 변할까 걱정도 된다.


우리 할머니 인생도 그러셨을 거다. 얼핏 들었던 할머니의 젊은 시절은 다이나믹했다. 북한 쪽에 있다가 남한으로 오며 친오빠랑도 헤어진 이야기는 믿기 힘들었고, 얼굴도 모르던 남자에게 시집와서 시집살이한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화가 났다. 젊은 시절 힘드셨으면 노년기에는 편하셨어야 마땅하건만 슬프게도 그렇지 못했다. 가장 사랑하는 큰아들의 실패에 할머니는 누구보다 마음을 아파하셨다. 또 자식들의 자식들을 돌보며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도 안된다. 한 번은 할머니가 우리 엄마에게 전화하셔서 "이제 xx 다 커서 내 말도 잘 안 들어 힘드니 데려가라"라고 하는 말을 엿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할머니 걱정보다는 내 걱정을 더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죽 힘에 부치셨으면 그러셨을까 싶어 죄송해진다. 할머니의 인생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뿐이라 감히 지금 내가 힘들다고 할 수없다. 나는 할머니처럼 나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서 힘든 게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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