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예인이 "인생은 결국 기분 관리"라고 했다는데 이거 너무 맞는 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에 따라 우리가 삶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게 사실이고, 우리가 후회하는 대부분의 순간에는 늘 감정이 앞서 있지 않는 가. 부족한 체력에 벌려 놓은 일은 많고 또 그냥 쉬면 불안함을 느끼는 나는 가까운 가족에게 특히나 예민하게 군다. 정리되어있지 않은 집을 보면 기분이 안 좋아 별일 아닌 일도 다
맘에 안 들어진다. 잔소리로 시작해 기어코 화를 내야 끝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민하게 군것을 후회하곤 한다. 내 기분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줄수도 있는데 안 그래야지 결심해도 그 결심이 오래가진 않는다.
이렇게 화 잘 내고 예민한 나와 달리, 우리 할머니는 온화하셨다. 나는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신 걸 본 적이 없다. 가끔씩 잔소리하시고 투덜거리시는 정도지 욱하시는 건 정말 단 한 번도 못 봤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으셨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타고나신 성품이 온화하신 것도 있지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시고 참으셨던 게 분명하다. 이런 여린 할머니를 더 배려하고 챙겨드리기보단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할머니가 참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여기고 살았다. 어른들이 거실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할머니 얘기하는 걸 듣고 할머니가 무슨 얘기냐며 물으시면 몰라도 된다고 키득거리던 나의 삼촌 이모 엄마 등등 할머니 자식들. 서운한 마음에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셨는데 다들 또 그런다는 반응을 보였고, 어린 나도 그게 아무렇지 않았다. 응당한 존중을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또 죄송할 뿐이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우리 곱고 선하신 할머니 속상한 마음 어루만져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