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들어 본 가장 마음 아팠던 한마디

by 여운

내가 이제껏 살면서 들었던 말 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한마디는 “저녁 먹고 가라.”였다. 이 평범한 말이 왜 그토록 아프게 남았는지, 누군가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가 면회를 온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할머니는 평생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시던 분이었다. 특히 나에게는 늘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주셨다. 그 손길이 멈추었다는 사실을 아마 할머니 자신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할머니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자존심이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에 가까운데, 할머니는 그런 분이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전까지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감당해 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해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리고 때로는 잔인하게 흐른다. 특별한 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나, 손과 발이 조금씩 굳어가고, 평범했던 일상들이 하나둘씩 어려워졌다. 결국 집에서의 생활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고,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 그 선택은 자연스러웠지만 결코 담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봐 조용히 그곳에 적응해 갔다. 나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마음이 무너졌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현실이라는 이유로 내 감정을 조금씩 눌러 담았다. 면회를 갔을 때, 할머니는 이전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살은 빠지고, 몸은 앙상해져 마치 시간에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집으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결국 아무것도 못.. 아니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또 한 번 마음을 외면했다. 그리고 돌아서던 순간, 할머니는 나를 불러 세우듯 말했다. “저녁 먹고 가라.”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이 박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여전히 나에게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은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할머니에게는 사랑이었고, 삶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할머니는 늘 주기만 하셨다. 받는 것에는 서툴렀고, 받는 자리에 서는 것을 어색해하셨다. 그래서일까.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할머니가 끝까지 붙잡고 있던 자신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랑을 알면서도 제대로 돌려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날의 “저녁 먹고 가라”는 말은 지금도 내 안에서 죄송함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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