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봄이 오나 보다. 낮에 집 앞을 산책하다 보니 봄의 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계절은 묵묵히 제 시간을 지켜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봄은 늘 갑자기 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문득 집에 돌아와, 집에서 키우는 화분을 들여다봤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작은 꽃봉오리가 조용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나는 그동안 많은 식물들을, 본의 아니게 떠나보냈다. 물을 너무 주거나, 혹은 너무 주지 않거나. 관심이 부족했던 날들도 있었고, 괜히 손을 댔다가 더 힘들게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언제나 꽃을 활짝 피워내셨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라셨지만, 한 번도 식물을 죽인 적이 없으셨다. 그러고 보면 할머니는 식물에 막 신경 쓰시기보단 그저 잔잔한 케어를 하신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그 따뜻함이 식물도 나도 잘 키워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