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할머니 옆에서 드라마를 보며 자랐다. 할머니께서 TV 앞에 앉아 계시면, 나는 그 옆에 자연스럽게 가 앉았다가 어느새 누워 이리저리 뒹굴거리곤 했다. 귤을 까먹으면서 보던 드라마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 시간은 늘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고 아직도 그 기억은 좋게 남아있다. 가끔 할머니는 드라마를 보며 한마디씩 하셨고, 나는 맞장구를 치거나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흘려듣기도 했다. 막장드라마를 볼때는 할머니는 흥분하기도 하셨고 나는 그 반응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내 옆에 아들이 앉아 있다. 나와 할머니처럼 아이도 엄마와 함께 드라마 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먼저 보라고 해도 꼭 같이 보자고 하고, 나를 기다리는 모습에 문득 웃음이 난다.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게 더 좋았던 그 마음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건 드라마 결말을 미리 찾아보고 보는 습관까지 나를 닮았다는 점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런 우리와 함께 드라마 보는 걸 조금은 피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자는 이상하리만큼 드라마볼때만은 코드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