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불교를 믿으셨다. 기도를 드리시는 모습은 본 적 없지만, 절에 다녀오시는 모습은 기억에 남아 있다. 할머니 곁에서 자랐지만 절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는, 친정엄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졌지만, 할머니는 단 한 번도 내 종교에 대해 묻거나 바꾸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성당에 가는 것을 궁금해하시듯 몇 번 질문하신 적은 있다. 그때 조금 더 이야기해드릴 걸 그랬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 세례를 받게 해드리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할머니는 특정 종교를 깊이 믿었다기보다, 그저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절에 가셔서 그 시간을 보내셨던 건 아닐까, 문득 그렇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내가 믿는 하느님을 더 궁금해하셨던 것만 같다. 이제는 직접 이야기해드릴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해본다. 믿는 사람들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던 할머니가,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