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

by 여운

오늘 나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시간을 내고, 마음을 썼다. 거창한 일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주말의 일부를 건네는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일이 끝난 뒤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창한 것도 아닌 그저 제대로 건네지는 감사인사. 그런데 내가 받은 건 민망하다는 이유로(이조차도 내가 편하려고 위안 삼으려 만들어 낸 이유) 지나치듯 흘려진 감사였다. 형식은 있었지만 진심이 와닿지 않는 그런 감사 말이다. 내가 바랐던 것이 그렇게까지 큰 것이었나 싶다가도, 이 정도도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따라왔다.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런 걸 서운해하는 나는 너무 계산적인 사람일까, 대가를 바라고 도운 건 아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마음이 걸릴까. 답례선물이 없어서였을까? ㅎㅎ 나라면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든 감사표현을 정성껏 했을 텐데.. 라며 생각을 하다가 이 조차도 왜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나 왠지 억울해서 글로 정리해 본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쉬웠던 건 ‘태도’였던 것 같다. 말은 했지만 전해지지 않는 말, 형식은 있지만 마음은 담기지 않은 표현, 그것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쓴 시간과 마음이 가볍게 여겨진 것 같은 느낌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가 건넨 것과 비슷한 무게의 진심을 잠깐이라도 마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걸 기대하는 마음이 과연 치사한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진심을 썼을 때 그 마음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니까. 문득 할머니가 떠올랐다. 늘 주기만 했던 우리 할머니는 누군가를 도와주고도 흘려지는 “고마워”를 들었을 때 나처럼 서운해졌을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넘기셨을까. 나는 늘 할머니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생각했는데, 할머니도 분명 마음을 썼을 때 그것이 가볍게 여겨지면 서운함을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마음을 밖으로 꺼내기보다 조용히 접어두는 데 익숙하셨을 뿐일지도 모른다. 혹은 감사의 방식보다 내가 왜 그 일을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셨을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상대의 방식까지는 굳이 재단하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지금 내 마음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한다. 서운했던 감정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그 감정에 나의 마음 전체를 맡길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해본다. 조금은 할머니처럼, 조금은 나답게, 마음을 쓰되 그 마음의 가치를 상대의 표현에만 맡기지 않는 사람. 나는 오늘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쓴 사람이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그래도 가능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과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물론 말만 하는 것보다 뭔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겻들어야 진심으로 와닿는 건 솔직한 심정이다. ㅎㅎ 아마 오늘 이 이야기를 할머니께 하면 할머니는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다, "그래도 잘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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