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by 여운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멘탈을 붙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월요일이면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아로마 오일 테라피 요가 수업으로 한 주를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어두었는데 오늘 아침 예상치 못한 통화가 길어지면서 세 시간이나 흘러버렸고, 결국 수업을 놓쳤다. 단순히 하나의 일정이 틀어진 것뿐인데도 괜히 하루 아니 한 주 전체가 어긋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수록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하나씩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는 오전에 못 간 요가를 저녁이 되어 다녀왔다. 저녁 요가는 뭔가 아침시간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밤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아침에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결국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남았다. 루틴은 꼭 정해진 시간에 지켜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진 하루 속에서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준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하루는 어긋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간 하루였다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다.


우리 할머니의 루틴은 참 간소하고 단정하셨다. 매일 일찍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셔서,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반면 내 루틴은 그에 비하면 조금 더 정신없고,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가는 날들이 많다. 그래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라도 루틴을 만들고 지키려 애쓰는 건, 어쩌면 할머니의 그 단정함을 닮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고. 완벽하게 닮을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이어가고 싶어서 오늘도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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