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와 오르페우스, 사랑 앞에 강인하고 나약한 존재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보여주는 사랑이란 모순

by 최샬럿

뮤지컬 하데스 타운에서 하데스는 지하세계의 왕이다. 금과 은이 가득한 거대한 그의 지하 왕국에서 수많은 일꾼들은 석탄과 원유를 캐고, 지하세계를 전기와 열로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일한다. 그 곳엔 해도 달도 없지만 24시간 내내 푹푹 찌고 기분나쁜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풍요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로 돌아오기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다. 페르세포네는 일년 중 반은 지상에서 지내고, 나머지 반은 지하에서 하데스와 함께 지내기로 약속했다.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머무는 6개월 동안 날씨는 맑고 따뜻하며 대지는 풍요롭다. 넘쳐나는 와인을 사람들과 함께 마시고 밝은 햇살과 공기, 바람, 춤, 노래와 함께 풍요로운 축제를 즐기다가 다시 6개월동안 지하세계의 뜨겁고 붉은 빛을 마주해야 한다면 당연히 답답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King of silver, King of gold

And everything glittering Under the ground

Hades is king

Of oil and coal

And the riches that flow

Where those rivers are found


But for half of the year with Persephone gone

His loneliness moves in him, crude and black

He thinks of his wife in the arms of the sun

And jealousy fuels him and feeds him and fills him

With doubt that she'll ever come

Dread that she'll never come

Doubt that his lover

Will ever come back


Epic II, Musical Hades Town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를 떠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 하데스는 깊은 의심과 질투에 사로잡힌다. 외로움은 그를 잠식하고, 햇살에 가득 뒤덮혀 있는 페르세포네를 떠올리기만 해도 다시는 지하 세계로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에 두렵다. 결국 하데스는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지하세계로 페르세포네를 불러들인다. 일찍 그녀가 사라져버린 지상 세계는 추위가 가득해지고 폭풍이 찾아온다. 계절마저 변해버린 세상을 위해 오르페우스는 세상을 바꾸는 음악을 만드는 데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그는 에우리디케가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것도 알지 못하고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듣지 못한다. 결국 에우리디케는 살아남기 위해 오르페우스를 떠나 스스로 하데스 타운으로 걸어들어간다.


하지만 지하세계는 그녀의 영혼을 죽어가게 만들었다. 뒤늦게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열차도 타지 않고 맨몸으로 지하세계를 찾아온다. 그리고 하데스 앞에서 노래한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데스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지하세계의 왕이라는 사실을 떠나, 자신처럼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이고 페르세포네와의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만든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지상으로 떠나겠다고 말한다.


하데스는 고민한다. 그들을 보내주면 나의 왕국이 무너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그들의 노래에 동조한 일꾼들이 하나둘씩 들고 일어나 이 모든 질서와 권력을 전복시키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는 기막힌 조건을 오르페우스에게 제시하고, 그를 시험에 들게한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지상으로 탈출할때까지 나란히 함께 걷지 않을 것.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뒤에서 따라 걸어갈 것. 만약 지상 세계로 나가기 전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가 함께 걷고 있는지 의심하여 뒤를 돌아보면 에우리디케는 다시 하데스 타운으로 영원히 돌아오게 될 것.



Who am I?

Who am I against him?

Who am I?

Why would he let me win?

Why would he let her go?

Who am I to think that he wouldn't deceive me just to make me leave alone?


Doubt comes in

The wind is changing

Is this a trap that's bein' laid for me?

Doubt comes in

How cold it's blowing

Is this a trick that's bein' played on me?

Doubt comes in and meets a stranger

I used to see the way the world could be

Walking on the road below

But now the way it is is all I see and


Where is she?

Where is she now?


Doubt comes in , Musical Hades Town




혼자 지하 장벽을 따라 걸어 올라오던 오르페우스는 피어오르는 의심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에우리디케를 눈 앞에 생생하게 그리며 혼자 굳건하게 하데스 타운으로 걸어 내려 올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왜 날 보내준거지? 혹시 날 속이는 건 아닐까. 속임수가 아닐까. 날 이렇게 쉽게 보내 줄 리 없어. 에우리디케는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맞을까. 나 혼자만 도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 괴로워하던 오르페우스는 결국 지상으로 발을 내딛기직전 뒤를 돌아본다. 에우리디케는 그 곳에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내가 여기 있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를 따르고 있었다-그가 듣지 못했을 뿐. 있었구나… 응, 여기 있었어. 그렇게 에우리디케는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사라진다. 오르페우스는 홀로 남는다.




하데스처럼, 오르페우스는 강인하고 초연해보이지만, 사랑앞에서는 끊임없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는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하데스는 거대한 지하세계의 주인이지만 매번 자신의 아내가 지상에서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괴로워 한다. 그녀가 없는 지하세계는 그에겐 악몽과 같다. 그래서 약속보다 빨리 그녀를 불러오고, 세상의 계절을 비정상으로 만든다. 그녀를 위해 지은 새로운 공장과 새로깐 새로운 전기시설은 그녀를 더욱 더 지하세계에 질리게 만들뿐이다. 연인을 위해 한 것들은 진정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오르페우스는 계절을 다시 불러오고 세상을 변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어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이고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지만, 정작 연인이 자신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녀는 뒤에서 계속 그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나 그는 듣지 못한다. 마치 세상을 변하게 할 노래를 작곡할 때 자신을 부르는 에우리디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처럼 . 그의 머릿 속에는 의심뿐이다. 그녀에 대한 의심, 하데스에 대한 의심, 결국엔 자신에 대한 의심. 의심은 그의 귀를 멀게 만들었고 결국 그녀를 잃었다.



아마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 장벽을 지나 하데스 타운으로 찾아온 오르페우스를 보는 순간 알았을 것이다. 나와 닮은 젊은이, 사랑 앞에서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젊은이 라는걸. 사랑을 위해 고난과 고통을 겪는 것쯤은 두렵지 않은 남자, 하지만 그 사랑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약해질 수 밖에 없는 남자. 당연하다.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생기면 동시에 그것을 잃게될까봐 두려워지게 마련이다. 그 것은 필연적으로 사랑이 주는 기쁨이자 슬픔이며 -모순이다.


그래서 그는 오르페우스가 자신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서로가 닮았다는 구절을 노래할 때에도 말없이 귀기울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랑 앞에선 지하세계를 소유하고 있는 자신과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시인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금과 은, 힘과 권력,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사랑 앞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무력한 것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까지도. (페르세포네가 없는 지하세계의 새로운 공장과 전기시설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사랑에 빠진 이들만 이해할 수 있는 처연함, 함께 공유하는 동질감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Only one thing to be done

Let them go but let there be some term to be ag reed upon

Some condition

Orpheus the undersigned shall not turn to look behind


She's out of sight and he's out of his mind

Every coward seems courageous in the satety of a crowd

Bravery can be contagious when the band is playing loud

Nothing makes a man so bold

As a woman's smile and a hand to hold

But all alone his blood runs this

And doubt comes-doubt comes in


His kiss, the riot, Musical Hades Town



그는 자신과 똑닯아 보이는 눈앞의 인간이, 정말 나와 같은지 확인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데스는 그를 시험에 들게 한다. 끝까지 사랑을 의심하지 말 것. 끝까지 사랑을 믿을 것- 그렇지 않으면 사랑을 잃게 될수도 있을지니. 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도 알고 있다. 혼자일 때 얼마나 큰 의심이 찾아드는지도 알고 있다. 누구라도 사랑 앞에서 전지전능할 수 없음을, 지하 세계의 신조차 실패한 것을 한낱 인간이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채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돌아와 있는 에우리디케를 보며 자신만 사랑 앞에서 약해지는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고 안도했을 것이다.


아직 하데스의 문제도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비록 페르세포네에게 처음 사랑을 고백할 때 부르던 멜로디를 기억해내고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춤을 추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남아있다. 그 동안 품었던 의심으로 인해 오랜 시간 덧칠해져온 감정의 응어리는 함께 추는 왈츠 한 동작에 완벽하게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둘은 약속한다. 페르세포네가 다시 지상에서 돌아오는 6개월 후에 노력해 보자고. 차갑게 쌓여있던 감정을 녹여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 의심할 필요가 없는 관계로 돌아가 보자고. 하데스는 6개월 후에 돌아오겠다는 페르세포네에게 정말 돌아올거냐 다그치거나 되묻지 않는다. 그저 그 때까지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약속한다.




옛 이야기, 오래된 슬픈 이야기에서는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며 에우리디케를 잃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하지만 나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에서 이어지는 뒷이야기의 결말이 결국 해피 엔딩 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데스라면 사랑 앞에서 모든 걸 의심하게되는, 나약해져버린 오르페우스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에 빠진 자신이 과거에 보여줬던 모습, 바로 그 자체였으니까.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린 남자에게, 그래서 오래도록 후회할 남자에게 그는 연민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오르페우스라면 눈물을 그치고 다시 노래를 시작하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뮤즈의 아들, 베푸는 재능을 가진 청년이 - 이번에는 세상을 변하게 하는 거창한 음악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연인을 위한 멜로디를 노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 지하 장벽을 눈물 흘리게 하고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게 만드는 노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결국엔 에우리디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데스는 또 다시 찾아온 오르페우스를 기꺼이 가엾게 여길 것이다. 어리석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자신과 페르세포네가 그랬듯이 또 다른 기회를 기꺼이 선물해줄 것이다.



사랑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 거라 믿는 것.


그러니 부디 이번엔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에우리디케와 함께 손잡고 지하세계를 벗어날 수 있기를, 나란히 서서 어두운 길을 걸어나올 수 있기를, 다시는 춥고 고통스러운 길을 혼자 걷지 않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


행운을 빌어, 오르페우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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