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었다, 누군가 웃는 바람에

그래서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다

by 최샬럿


사랑이란 무엇일까


괴로워하다 무작정 유튜브에 검색해 본 질문이다. 로맨틱한 감성에 젖어있었다기 보다는 정말 답답해서 궁금했다. 30년 넘게 살면서 처음 겪는 감정의 홍수였다. 그래도 몇번의 연애 과정을 거쳐오면서 이런 감정 소모에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의 모습과는 약간 핀트가 달랐다.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연연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싶어 사랑은 호르몬 반응 어쩌고하는, 누군가의 냉정하고 길고긴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다.


사랑이란, 까지 검색해보다 연관 검색어에 뜬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이라는 말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노래를 듣다 울컥 눈물이 났다. 내가 이래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던 거구나.




길 잃은 것 같았다. 그 사람의 말에, 행동에, 따뜻한 손길에, 그러다 찾아드는 차가운 눈빛에, 그 사람에 대한 의문에,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 씩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차오르는 애정과 희망에 실없이 흐트러져 먼저 말을 걸고, 손을 내밀어 그 사람을 만지려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쩌면 언젠간 끝이 날지라도- 아니 언젠가 무조건 끝을 마주하게 될 때 의연하게 받아들이자고. 일없다. 영원한 사랑이라, 그건 허상의 존재일 뿐이다. 이런 상상의 시간은 끝없이 길었다. 그게 너무 괴로워서, 그저 이 순간에 충실하자고 끝없이 되뇌었다. 나는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내가 그에게 표현하고 쏟은 감정의 형태처럼, 나도 그가 보여주는 같은 형태의 사랑에 파묻히고 싶었다. 몇번이고 그 사람이 직접 말하는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먼저 꼭 껴안아 주는 행동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양 따위에 연연하고, 집착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혹은 관계는 (정말 어쩌면.. 마음의 크기는) 나와는 달랐다. 그는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가 몸으로 표현하는 애정과 감정이 부담스러운 듯 했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볼 때마다 나는 풀이 죽었다. 스스로가 커다란 나무 주위를 혼자 부산스럽게 날갯짓하고 돌아다니다 결국 지쳐버리는 나비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마음을 비우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이 그가 생각하는 방식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의 크기와는 연관이 없을 것이다, 그저 익숙한 방식이 아닐 뿐. 언젠가는 온전히 나와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것조차 너무 큰 기대일까? 그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서 크게 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실 몇번이나 직접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결국 아쉬운 사람은 나였다. 자꾸 드는 슬픈 생각을 지웠다.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내가 보여주고 싶으면 사랑을 보여주고, 표현하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자. 서운해하지도 말고, 기대하지도 말자. 사랑에 보답을 원하지 말자. 그러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괴로워해야하나,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혼자 외로웠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저기서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 나를 보고 웃는 바람에.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었다. 그 순간 마음에 쌓여온 아쉬움과 서운함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유도 중요치 않았다. 그가 나를 보고 웃는게 행복했다. 표현이 서툰 그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는게 어색한 그 사람이 맘 놓고 웃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그 웃음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뭘 해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꺼이 - 기꺼이 해주고 싶었다.


그 동안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변했다. 사랑에 빠지는게 정말로 가능할까, 라고 의심해 왔던 내가, 사랑이 만들어 내는 감정의 회오리 속에서 누구보다 깊게 빠져 허우적 대고 있었다. 내게는 그 사람이 너무나도 큰 의미였다. 매 순간에 그 사람의 생각을 했다. 내 일상은 보이지 않는 그 사람으로 가득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고작 너란 사람에 쉬웠다.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린 날의 미련일 뿐

미련이라 믿었던 것들은

피지 못한 필연일 뿐

필연이라 믿었던 것들은

지금 너와 나에 깃든

더 짙은 색으로 태어난

시련들의 시작일 뿐


시작이라 믿었던 것들은

끝의 예쁜 이름일 뿐

이름이라 믿었던 것들은

너의 작은 조각일 뿐

조각이라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너의 전부

그 전부를 건넨 너를

사랑이라 믿었을 뿐


사랑이라 믿을 때쯤에

넌 왜 불행에 불을 지피는데

상처라고 믿었었는데

넌 왜 새살이 날 용기를 주는데

미련이라 믿을 때쯤에

넌 왜 나타나 날 부추기는데

어젠 시작이라 믿었었는데 넌 왜

오늘의 끝엔 나를 밀어내는데



길 잃었다

실없다

일없다

사랑에


길 잃었다

웃었다

누군가

웃는 바람에


길었다

질었다

굶주렸다

사랑 따위에


비웠다

지웠다

고작

너란 사람에

쉬웠다


-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Big naughty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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