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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Feb 19. 2021

포기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2.  9살 둥이네 엄마표 경제교육 이야기 <선택과 포기>

우리 동네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방구가 있다.  우리집에서는 제법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인데 쌍둥이는 문방구 가는 길을 좋아한다.

문방구에 간다는 것은 준비물을 사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둥이에게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거나 칭찬받았을 때, 일정 금액의 상한선을 제안 받고, 그 범위 내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사는 곳이 바로 문방구다. 엄마에게는 아울렛, 백화점 같은 곳이 우리집 둥이에게는 문방구인 셈이다.

장난감 가게보다는 문방구가 물건을 고르는 쌍둥이나 사주는 엄마 서로가 부담없고, 더 너그럽다는 것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오늘이 서로 그렇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문방구를 가는 날이다.

엄마는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는 동안 민이와 인이는 각자의 예산 즉 비용 범위 내에서 가장 큰 효용을 줄 물건들을 고르느라 초집중이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똑같은 것으로 무조건 각자 하나씩 가져야만 했다. 아무리 서로 다른 두 개가 훨씬 더 좋다고 설명을 하여도 결국엔 똑같은 것 두 개를 고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민이와 인이는 너무나 다른 각자만의 쇼핑 스타일이 있다.

인이는 우선 가게 전체를 한 바퀴 휙~돌아본다. 그런 다음 범위를 좁혀내고, 빠른 시간 안에, 주저함이나 흔들림 없이 한 번에 탁! 결정해서 계산대에 올려둔다.


민이도 인이와 같이 가게 전체를 한 바퀴 휙~돈다. 시작은 같다. 그러나 민이는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은 유심히 보고, 인이가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을 때쯤 다시 한 바퀴 돈다. 아까 만져 봤던 것을 한 번 더 본다. 가격도 보고 비교도 해본다. 무언가 아닌가보다. 다시 또 가게를 돈다. 이때쯤이면 나와 인이는 민이만을 바라보며 기다리기 시작한다.


‘선택’은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택의 그순간 선택의 자유함도 느끼게 되는법!.

어릴 적부터 사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을 많이 가져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로서는 어쩌면 지금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라 여기며 기다렸다. 사실 재촉의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의 이성으로 겨우 붙잡으며 기다렸다.


민이가 이제는 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깊은 숙고에 접어든 듯 했다. 이건 둘 다 갖고 싶은 게다. 약속한 예산범위를 넘어서니 둘 다 가질 수 없음을 아니까 선택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아하~엄마에게 기회가 왔다. 엄마의 풍월이 시작된다.


민아 선택을 하려면 포기를 해야 한단다. 선택을 한다는 건 다른 한편으로 포기한다는 거야.

좀 어려운 말로 하면 그걸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지금 민이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를 가질 수 있어.

두 개중에 민이가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데 포기했을때는 어떨지 생각해보고, 돈도 생각해서 한번 선택해 봐.


아~오늘은 성공적으로 내 풍월이 먹힐 것 같은 이 기분, 이 으쓱함은 나에게 여유를 주면서 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 참의 시간을 주었다.

선택을 못한다.

‘어우 이 녀석 진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려 한다.


그때 인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너 지난번에 이거 사고 싶어 했잖아. 그냥 그거부터 사.”

“이건 새로 나온 건데, 이것도 좋은 건데....” 민이가 주저하며 답하니, 인이가 명쾌하게 답한다. ‘그건 다음 주에 용돈 벌기 해서 사면 되겠네. 이거 좋은데~~’

인이 덕에 엄마의 욱하는 꼴을 민이에게도 문방구 아저씨께도 보여드리지 않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각자가 고른 선물에 관심을 가지며 평을 한다. 오늘은 웬일로 티격태격하지 않고, 민이가 인이를 칭찬한다.

‘너 되게 빨리 좋은 거를 잘 고르더라. 이 수첩은 비밀번호가 있네’ 민이가 비밀번호 바꾸는 방법을 금방 터득해서는 가르쳐 준다. 잘 골랐다고 한 번 더 칭찬을 보탠다.


인이는 민이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던지 수첩과 같이 산 스패너를 민이에게 건넨다.

“이거 할래? 이거 줄까?”

“어”

“이야~오늘 너무 아름다운 모습인데~우리 둥이들~“


민이는 오늘 알았을까? 포기하지 못하면 선택 할 수 없다는 것을.

선택하지 못해서 주저하는 동안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면 무언가를 얻을 기회도 사라진다는 것을.


그런데 이 순간 엄마는 또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선택에는 늘 신중하고 더딘 민이는 인이가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칭찬할 줄 아는 아이다.' 라는 것을......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의 시작은 남이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경청하는 사람이지 않겠는가.


느긋하게 민이의 선택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조급해 하기만 했던 엄마는 반성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경청해주는 민이와 인이는 정말 훌륭한 아이라고 칭찬 해 줘야겠다.


오늘도 나의 선택과 포기, 기회비용이라는 경제학적 사고방식 전수는 실패로 끝난 듯 하지만, 멋지게 자라고 있다고 여겨지는 쌍둥이를 보니 뿌듯했다.

그런데 이 뿌듯함도 잠시, 저 앞에서 인이가 소리를 지르며 민이를 쫒는다.

또 뭔 일이 벌어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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