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잎 Oct 11. 2020

이별한 친구에게 건네는 단골 멘트

똥차 가면 벤츠 온다

은아,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연애를 시작했어. 날씨가 추워져서 곁에 둘 짝을 찾은 걸까?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까지 설레는 거 있지? 유부녀라서 그런 가봐. 결혼하면 먼 얘기... 잠시 눈물 좀 닦을게.


친구 중 한 명은 남자에 질려서 연애를 2년 이상 안 하다가 최근 사귀기 시작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가 좋은 남자를 만난 것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정말 힘들어했었거든. 남자 친구랑 헤어졌을 당시에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서 걱정이 많이 되던 친구였어. 그때 전화 통화도 많이 하고,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라고 위로도 많이 해줬었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서 다행이더라.


이별한 친구에게 내가 하는 단골 멘트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 말말말을 다루려고 해.


1. 똥차 가면 벤츠 온다


첫 번째는 ‘똥차 가면 벤츠 온다’라는 말이야. 독일에도 이런 말이 있으려나? 한국에서는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쓰곤 해. 나쁜 일을 겪으면 흔히 액땜했다고 하잖아. 지금의 나쁜 상황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만든 말 같아. ‘똥차 가면 벤츠 온다’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 나쁜 사람을 만나면 정말 괴롭잖아. 그 사람과 만나는 순간은 물론 헤어지는 순간까지 쉽지 않지. 쓰레기 같은 남자와 이별한 친구들을 보면 맥이 항상 풀려있어. 이때 우리가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남자 친구를 같이 욕해주는 것과 ‘똥차 가면 벤츠 온다’라는 말이야. 이렇게 나쁜 사람을 겪었으니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 축복해 주는 거지.


이 위로를 몇 번 해본 결과 효력이 있는 사례들을 많이 봤어. 연애를 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기준이 생겨서 그런지 다음에는 똥차 같은 녀석은 애초에 배제하고 더 나은 사람을 고르더라. 말이 심기는 건가? 똥차를 만났다가 벤츠를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 이 말에 효력이 있는 것을 실감해.


2. 솔직히 네가 더 아까웠어


솔로일 때 자존감이 낮았던 친구들은 연애하면서 상대방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더라. 이런 친구들의 특징은 상대방에게 계속 사랑을 확인하려고 해. ‘나 얼마큼 사랑해?’ 이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 있을까. 역으로 물어보면 답하지 못할 질문들을 굳이 꺼내서 상대방과 다투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


이런 친구들이 이별을 하게 되면 자존감은 지하까지 내려가. 상대방을 통해 자존감이 올라갔으니 이별로 밧줄이 끊기면 하염없이 떨어질 수밖에. 자신은 더 이상 연애를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연애에 자신이 없어졌다는 친구들도 있어.


심하게는 자신을 찬 남자 친구가 좋은 사람이었다며, 이별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친구도 있었어. 이 친구들에게는 항상 ‘솔직히 네가 더 아까웠어’라고 말해.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랑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데 나 말고도 이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더라. 이별의 아픔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오길 바라는 마음과 연애의 실패로 자존감을 깎지 말라는 의도들이 있는 것 같아. ‘네가 더 아까웠어. 그 남자애랑 사귄다고 했을 때 뜯어말리고 싶더라니까’


3. 인연이 아니었나 봐


한국 사람들은 ‘인연’에 깊은 의미를 두는 것 같아. 몇몇 한국 드라마, 뮤직비디오와 웹툰에는 ‘인연’에 포커스를 두는 경우도 많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실이 연결되어 있다는 스토리, 서로 길이 다르기에 인연이 안 됐다는 스토리 등이 많아. 내가 봤던 것 중에는 과거의 연인이 환생해 현재에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어. 시대만 바뀔 뿐 사람들은 그대로인 스토리.


이와 같은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서 그런지 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건넬 때 ‘인연이 아니었나 봐’라는 말을 하곤 해. 짓궂게는 ‘내 짝은 어디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아직 안 태어났어’라고 답하기도 하고.


나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인연이 아니었나 봐’를 말하는 이유는 정말 인연이 있다고 믿어서 그런 것 같아. 어른들 중에는 ‘만날 사람은 만나게 돼있어’ 이런 말을 하시는 분도 있잖아. 마치 종교같이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이별한 사람에게 하는 위로가 같은 이유는 우리가 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기 때문이겠지? 지금 내가 적은 위로들이 상투적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먹히는(?) 위로기 때문에 누군가 위로 멘트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말들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이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