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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Oct 04. 2020

독일에서 이사하기

독일의 주거형태와 이사 상식들



결혼과 이사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넘은 언니, 정말 대단해. 사실 "이사"보다 더 어려운 건 '적당히 좋은 집'을 "구하는 거"잖아. 학교를 시작으로 직업과 결혼, (괜찮은) 집 구하는 것 까지 모든 단계들을 마치 경쟁하듯, 하지만 결코 좁힐 수 없는 간격을 가지고 이뤄내가고 있는 우리 청춘들에게 '적당히'잘하는 건 언제나 참 어렵다.





Zwischen(쯔뷔센: 임시거주)

독일에서 나는 벌써 두 번의 이사를 했는데 첫 번째 집은 바로 Zwischenwohnung이었어. 다행히도 이곳엔 Zwischenwohnung(임시거주 집)/Zwischenmiete(임시월세)라는 개념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기간만큼 다른 사람의 집에 머물 수 있었어. 하지만 원하는 누구나 이렇게 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방을 비워야만 하는 세입자와 내가 원하는 기간이 일치할 때 혹은 부분적으로라도 일치할 때만 가능해. 처음 독일로 나올 때 유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집을 내놓는다는 공고를 보았고 운이 좋게도 나의 첫 이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지. 


Einzelwohnung(아인쩰보눙: 1인실)

지금 살고 있는 나의 두 번째 집은 끈질긴 노력 끝에 얻어진 곳으로, 대학생들과 병원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이라 자칭 기숙사로 불려. 집을 구하기 위해 이메일은 물론 약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전화를 했어. 이와 같은 눈물겨운 시도로 결국 쾰른 중심지에 위치한, 그에 반해 꽤 저렴한 월세를 자랑하는 '적당한'집을 얻게 된 거야.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것은 비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보는 노을


Wohnung(보눙: 집, 주택)

도시마다 아주 큰 차이가 있지만 쾰른은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적당히 저렴한'집을 찾는 것은 더없이 하늘의 별따기야. 독일인 친구 부부는 약 10년째 한 곳에서 월세를 주고 살아가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그때 낸 월세 그대로 지금까지 지불하고 있어. 작년에 그 건물 아랫집으로 이사 온 이웃은 월세의 약 두배가 달하는 돈을 내고 있다고 해. 입주하면 월세가 오르지 않는 것은 장점이라 단점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새로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선 괜히 억울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친구네 부부는 10년 전 월세 그대로 시내 중심의 '괜찮은'집에 살고 있으니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



집의 의미-개인주택과 아파트, 그리고 소유의 집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 소유의 집을 사고 싶다고 하더라. 한국처럼 "내 집 마련"의 큰 꿈을 품고 있진 않지만 대부분의 독일인들도 마찬가지로 내 집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해. 한국어로 집을 말하면 '대저택' 혹은 '아파트', '방'  모두를 통합해서 이를 수 있지만 독일어 단어로는 "Haus"(소위 말하는 개인주택)과 "Wohnung"(크기 상관없이 한 건물 안에 여러 개로 나뉜 집. 소위 아파트 빌라 형태) 두 개로 나눠서 말할 수 있어. 하우스처럼 큰 저택은 대부분이 정말 비싸고 일정 신용등급이 없으면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은퇴하신 분들이 유산으로 물려받으면 그곳에서 사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독일인 친구들은 보눙을 사길 원해.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고, 외식보단 집에서의 식사가 많은 이곳 사람들에게 집은 어쩌면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



WG:주거공동체, 친구가 되거나 최악의 이미지를 품게 되거나

또 다른 재미있는 거주공간을 소개하자면 바로 WG(Wohngemeinschaft:주거공동체)야. 일종의 셰어하우스로 한 집에서 각자의 방을 가지고 주방 및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최소 2인 WG부터 10인, 15인 WG도 있어. 한 방에 함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취향이 맞는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 정말 중요해. 흡연 및 악기 연습이 허용된 Wg도 많고 특정 취미활동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으며 특히 특유의 향이 있는 한국음식을 환영하지 않는 곳들도 종종 있으니. 



'이사와 페인트칠'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단어

독일에서의 이사, 특히 자동차가 없는 유학생으로써의 이사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야. 자동차를 대여해서 이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박스에 차곡차곡 짐을 쌓아 올리는 것이 최선이야. 짐을 모두 정리하고 방이 비워지면 다음 단계는 페인트칠이야. 예외적으로 페인트칠을 생략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엔 보증금에서 상당한 금액이 차감돼.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장비들을 구매해서 집 안의 벽들을 페인트칠하고, 말끔히 청소한 뒤 주인을 만나 열쇠를 전달해. 그런 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뒤 보증금을 통장으로 입금받게 되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모든 계약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어.



공간적인 변화가 주는 새로움 

서머타임이 끝나고 해가 고작 다섯 시간 남짓 머무르는 10월 말이 되면 나도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가. 다음 세입자를 직접 구하고, 페인트 도구들을 사야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사"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있네. 고되고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공간적인 변화가 불러일으킬 삶의 또 다른 바람을 기대해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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