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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Oct 03. 2020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건 로또 당첨되는 것과 같다

은아, 나는 지난주에 이사를 잘 마쳤어. 텅 빈 집에 가전과 가구를 하나씩 채우고 나니 제법 사람 사는 집 같더라. 이삿짐을 다 옮기고, 소파에 몸을 기대어 쉴 때는 너무 행복했어. 남편은 다시 신혼 생활을 하는 기분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행복했나 봐.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이 집을 구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야.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어.


한국은 집 때문에 결혼을 못하기도 한다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한테 이렇게 물어봤어.

“집은?”, “신혼집은 어디서?”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하더라. 내가 만약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어떤 대답을 했었을까? ‘아직 찾고 있어요’라고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나 봐.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집을 구하지 못해서 결혼이 파토 나기도 했대.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집 때문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대. 남자가 집을 구해 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도 한몫했나 봐. 요즘은 집 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쪽의 힘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어. 결혼하는 예비부부가 서로 힘을 보태도 집을 살까 말 까야.


돈이 없으면 집을 구할 수 없다


나 역시도 집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어. 결혼을 결정하고 1년의 기간이 남았을 때, 집이 제일 걱정되더라.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이 서울이지만, 서울을 벗어나 외곽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도 있었고, 풀옵션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분도 있었어. 아무리 따져 봐도 돈이 없으면 안 되더라. ‘이 넓은 땅에 왜 내가 머물 집은 없는 거지’하며 탄식한 적도 많았어. ‘나같이 많은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하고 있을 거야’ 싶으면서도 아파트에 들어온 불들을 보면 ‘나만 집 없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건 로또 당첨과 같다


쥐꼬리만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집을 구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어. 그때부터 나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임대 주택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어. 사실 나보다는 남편이 열심이었어. 매일 같이 주택공사 어플에 들어가서 우리에게 맞는 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택 청약을 꾸준히 넣더라. 그 모습이 참 멋있었어.


하늘이 남편의 노력을 알아준 걸까? 우리에게 맞는 공고가 뜬 거 있지. 직장과의 거리도 가깝고, 집 평수도 우리 둘이 살기에 적당한 크기였어. 들뜬 마음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출력했는데 말도 안 되게 많더라. 정말 직장 생활하면서 결혼한 것도 힘들었지만, 집 구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 조금이라도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서류를 떼야했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주민센터와 각종 사람들을 만나며 서류를 준비해야 했어. 제출 서류를 다 모았을 때는 몇 번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 한 번은 문서 하나를 틀리게 작성해서 남편이 새벽 1시에 서류를 고치러 우리 집까지 온 적이 있어. 다음 날 출근이었는데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니 정말 간절한 마음이 들더라. 당첨 여부가 발표되는 날,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하루 종일 일이 안 잡혔어. 만약에 못 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고 두렵더라고.


발표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가 당첨됐다는 소식을 전하더라.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양가 부모님께 소식을 바로 전했어.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시고 계속 ‘잘했다, 잘했다’ 해주시더라. 남편에게 너무 고마웠어.


결혼식이 가까워졌을 때 사람들이 ‘집은?’ 이렇게 물어보면 나는 임대 주택이 당첨됐다는 소식을 전했어. 대다수가 ‘로또 당첨됐네’라는 말을 하더라. 정말 임대 주택 당첨되는 게 하늘에서 별 따기 정도의 확률인가 봐. 우리는 정말 운 좋게도 집을 구할 수 있었어.


우리는 또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할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임대 주택이 당첨된 거라 2년마다 갱신을 해야 해. 그때 조건이 맞으면 10년까지 계속 살 수 있고, 조건이 안 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야. 이 집에 일주일도 안 산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이런 걱정을 한다. 나도 참 걱정 인형이지.


여기는 임대 주택이어서 저렴한 비용에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참 막막해. 하지만 2년 뒤에 우리가 머물 집을 위해 돈도 꾸준히 모으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줘.


나중에 한국에 오게 된다면 꼭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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