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무언가를 축하하는 날
한국의 외식 문화는 '특별한 날' 확인할 수 있다
은아, 한국에서 외식하는 순간들을 떠올리면, 대부분 특별한 날이 떠올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날, 특별한 행사를 치르는 날이 그래.
우리 가족은 주로 동생과 내가 큰 시험을 마쳤을 때 외식을 하곤 했어. 100점 시험지를 들고 간 날이면 아빠는 항상 '오~ 우리 딸! 삼겹살 go~?'를 외치곤 했지. 삼겹살 단골 식당이 있을 정도였어.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삼겹살은 정말 꿀맛이었어. 행복한 날에 먹어서 그런지 더 즐겁더라. 또한 기분이 우울한 날에도 삼겹살 집을 찾았어. 학급에서 순위가 밀렸을 때, 원하는 대학에서 떨어졌을 때, 면접 결과가 안 좋을 때, 친구와 싸운 날을 예로 들 수 있지.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라는 명언도 있잖아. 우울한 기분을 외식으로 달래곤 했어.
왜 매번 특별한 순간에만 외식을 할까?
이쯤 되면 궁금해지기 시작해. 왜 한국 사람들은 특별한 날에만 외식을 할까?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 봤어.
첫째, 외식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
외식을 하면 사실 돈이 엄청 깨져. 금전적인 것은 정말 무시를 못해. 똑같은 삼겹살, 소고기임에도 집에서 구워 먹을 때랑 식당에 가서 먹는 거랑 가격이 천차만별이야. 또한 외식을 할 경우 일종의 '서비스'를 받는 거기 때문에 그러한 가격 또한 추가돼. 서비스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데, 내가 시킨 메뉴 외에 다른 음식이 추가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가게의 분위기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어. 요즘 젊은이들이 찾는 식당은 대부분 인테리어가 먹고 들어가거든. 그러니, 인테리어 비용도 음식 값에 들어가 있지 않을까? 추측이야 ㅋㅋ
그래서 '분위기 내고 싶은 날', '기분 전환하고 싶은 날'에 주로 외식을 많이 해. 일종의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외식을 하는 것 같아.
둘째, 외식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한국에 외식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고 있지는 않아. 사실 음식점 검색을 할 때 대부분 이렇게 검색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태원 맛집', '신촌 맛집', '용산 맛집' 이런 식으로 지역 뒤에 맛집을 붙여 검색해. 왜냐하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고, 상황에 맞는 음식을 정하기도 쉽지 않아서야. 누가 알려줬어야지.
막연히 어른들을 만날 때는 '한식집'을 가야 한다는 생각, 20대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어야 하나 이런 생각들. 정말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건 없어.
나의 경우 트렌드에 맞춰 먹기도 해. 예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마마무의 화사가 곱창을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됐었는데, 그때 나도 곱창이 뭔가 먹고 싶어 져서 한때 꽂혀서 먹은 적이 있어. 거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맞춰서 식당을 선택하는 듯해.
이처럼 상황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또한 '외식 문화'에 관해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외식 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리를 하지 못해. 그러므로 아직은 외식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아직은 정착 중인 거지.
현재 우리의 외식 문화는?
사실 코로나로 인해 식당을 찾는 게 어려워진 지금. 외식 문화는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고 있어. 바로 배달을 통한 외식 문화야. 너도 알듯이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이지.
직접 식당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기에, 요즘 배달앱이 인기가 많아. 그만큼 배달료도 많이 비싸지긴 했는데, 이 부분은 차차 개선되지 않을까 싶어. 배달이 어려운 지역은 배달비가 5,000원대로 나오기도 해. 거의 1인 메뉴 가격이라 충격을 먹은 적도 있어.
나도 집들이를 할 때 주로 배달 앱을 이용해. 한식, 중식, 일식부터 시작해서 카페 음료, 팥빙수까지 배달이 되는 세상인데, 무엇을 못하겠니?
이렇게 외식 문화가 점차 바뀌어 가지 않을까 싶어. 나중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처럼 tv에서 음식을 꺼내 먹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은아, 외식 문화 하니까 너랑 떡볶이를 먹었던 식당이 떠올라. 그때 정말 공통점이 많아서 얼마나 많은 얘기를 나눴던지. 참 감사하다. 네가 한국에 들어오는 날, 너랑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어떻게 은이가 달라졌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잘 지냈는지도 궁금하고.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