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잎 Mar 29. 2021

전자책이 많아지는 요즘, 종이책이 그리워진다

아날로그가 좋아지는 요즘

은아, 얼마 전 한국 책이 그립다는 너의 말에 교보문고 사이트를 통해 독일로 해외 배송을 했었지. ‘잘 도착할까?’ 조마조마하던 마음과 달리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 책들을 보며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 책을 아껴읽는 너를 보며 뿌듯하고, 기분 좋아지더라.


네가 ‘언니는 요즘 책 많이 읽어?’라고 물었을 때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됐는데... 사실 3월은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어. 요즘엔 외출이 어려워져서 임산부 책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내 마음에 드는 책이 많이 없더라고. 그래서 빌려 놓고, 그대로 반납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한때 책을 정말 가까이하겠다고 다짐했던 때에는 전자책(e-book) 리더기도 구입했었어. 남자 친구가 생일 때 전자책 리더기를 선물해줬었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리더기에 담아 읽을 수 있으니 정말 좋긴 하더라. 밀리의 서재라는 전자책 어플에서 다양한 책들을 다운로드하여서 읽었는데, 그렇게 읽다 보니 다양한 책을 읽는 것도 있었지만, 정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못 읽게 되면서 구독을 취소하게 되더라.


오늘은 한국 사람들은 책을 요즘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어떤 문화들이 생겼는지 하나씩 적어보려고 해.



바쁜 현대 사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국은 정말 ‘야근’이 당연한 나라잖아. 몇몇 기사에서는 한국이 제일 일을 많이 한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어. 좋게는 ‘근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회사 생활에 지쳐서 심리 상담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노동자를 ‘노예’로 보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들도 있지. 너무 바쁜 삶 때문일까? 사실 책을 읽는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어. 바쁜 와중에 자기 계발에 힘쓰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은 것 같아.


그럼에도 ‘하루 10분 챌린지’, ‘독서 모임’ 등 어떻게든 책을 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그런 분들이 대부분 ‘에세이’를 선호하시더라고. 조금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나 같은 경우는 일상을 놓치는 순간들이 많았어서 에세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 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잠깐. 마음껏 펼쳐보고, 힐링할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하게 된 거지. 에세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고, 다른 사람의 취미를 들여다보며 대리 만족하기도 해.


이런 현대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마케팅을 ‘가볍게 읽을만한 첫 에세이’라는 문구로 진행하더라고. 정말 혹하지 않을 수 없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다니. 부담감을 덜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


주변 친구들 중에는 나처럼 이북 리더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꽤 많아. 해외에서 한국 책을 읽으려고 이북 리더기를 구입한 친구도 있고, 종이책은 무겁고 가격이 비싸다며 이북 리더기를 선호하는 친구도 있어. 선택하게 된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다들 이북 리더기의 매력에 빠진 건 분명해.


나 역시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고 앞서 말했었지? 구독권을 구입하면, 내 가상의 서재 안에 책들이 빼곡히 쌓인다는 점이 참 좋았던 것 같아. 당장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책이 채워져 있으면 든든해지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읽었던 방법을 생각해 보면 거의 인기 순위로 읽었어. 분야별로 인기 있는 책들을 다운로드하여 놓고, 시간 날 때마다 읽은 것 같아. 특히 대중교통 이용하면 너무 좋더라. 다른 사람들은 sns를 할 때 책을 읽는 기분이란! 좀 더 유식해지는 기분이었어. 정말 아무 상관없지만 ㅋㅋㅋ 이상한 우월감이 있었던 것 같아. 눈이 아플 때는 오디오 북을 들었어. 밀리의 서재의 몇몇 책들 중에는 오디오북을 제공해주는 책이 있었거든. 배우 한예리가 읽어주는 책이나 장기하가 읽어주는 책들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전자책에 빠져 있던 내가 전자책에서 점점 손을 떼게 된 계기는... 더 이상 ‘인기순위’에 있는 책을 읽고 싶지 않아서야. 내가 관심 있는 책을 찾아보려고 하면 밀리의 서재 이런 곳에는 원하는 책이 없더라고. 그렇다고 다른 사이트에서 전자책을 구입하기에는 종이책과 가격이 많이 차이 나지는 않으니까. ‘이럴 거면 종이책 구입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종이책이 그리워지는 요즘


전자책이 많아지는 요즘, 종이책이 점점 그리워져. 조만간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면 서점에 가서 책 몇 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새책에서 나는 풋풋한 냄새와 종이 책장 넘기는 소리를 마음껏 누리고 싶어.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밑줄도 마음껏 치고 싶고... 그리고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입으로 되뇌며 읽고 싶어.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은아, 독일 사람들의 책 문화는 어떤지 너무 궁금하다. 천천히 들려줘 : )




매거진의 이전글 봄의 시작 oh happy East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