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얼른 재웠다
magazine: ‘내가 엄마라니’
꾹꾹 눌려있던 마음을 쓰는 공간
몇주 전, 감사한 마음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고 올린 적이 있다. 아기를 만나기 전까지 마음 고생을 많이해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으로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육아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기쁨으로 가득찬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몇주가 지나자 나는 ‘감사한 육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버거운 육아’를 하고 있다. 아기가 울 때마다 능청스럽고 밝게 대응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도 그 모습이 귀엽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주저 앉아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번 아기가 깨있을 땐 책도 읽어주고 많이 놀아줬었는데 지금은 ‘나보다 타이니 모빌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모빌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아기가 잠들어 있을 땐 바쁘게 움직이며 설거지, 빨래, 청소, 아내로써 챙겨야 하는 집안일을 했는데… 이제는 소파에 누워 한숨을 깊게 쉬곤 한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사실 아기가 태어나고 제대로 밥을 먹은 적이 없다. 항상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해야하나. 열심히 차려서 먹으려고 하면 항상 아기가 나를 찾았다. 분명 밥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제는 잘 시간인데 그때마다 신기하게 깼다. 달래고 나서 밥을 먹으려고 하면 차갑게 식어 있어서 얼마 못 먹다가 버리게 됐다. 계속해서 타이밍을 맞춰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신기하게도 그 타이밍은 늘 안 맞았다. 내가 이 부분을 사람들한테 말할 땐 그들이 놀러오거나, 내가 놀러갔을 때였는데 그때마다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아기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속앓이를 계속했다. 남편이 오면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싶기도 한데 돈이 아까워서 못 시키겠다. 한번 배달 음식을 시킬 때마다 아기의 분유통이 떠오른다고 해야 하나. 나는 한번 먹고 끝나는데, 아가는 일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굶고 만다. 이렇게 나를 점점 못 챙겨서 그런 것일까? 지금은 육아가 많이 버거운 것 같다. 아니 딱 육아라고 한정짓기 보다는 내 삶이 버거워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어제는 남편이 일하고 피곤했는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다가 밥투정을 했다. 나는 하루종일 아기와 씨름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내가 잠깐 나갔다 온 사이 한번 분유를 먹이는 것도 힘드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진짜 배고파서 배고프다고 얘기한 거겠지만, 나는 이런 말 한마디가 거슬렸다. 그리고 아기를 목욕시키고 재우려고 하는데 ‘나 밥 안해줘? 라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나는 한끼도 못 먹었어.’ 이렇게 말이 나갔다. 오늘 하루쯤은 혼자 차려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남편이 혼자 차려 먹기로 했는데 냉장고 문을 열며 ‘하.. 먹을게 없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냉장고에는 반찬이 가득차있었고, 간단 조리 식품(떡볶이, 메밀소바, 라볶이, 오뎅)이 많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먹을게 없는게 아니라 먹고 싶은게 없는 거겠지’ 이러면서 말이 툭 나갔다. 남편이 혼잣말이었다고 했는데 나는 속으로 ‘혼잣말이면 속으로만 생각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화가난 것 같았고, 나도 서운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날선 말들을 받아치기가 버거울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가고, 참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눈물부터 나오는 것 같다. 누군가 조금만 나에게 화내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고, 감정 소모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단단했으면 그런 날선 말들도 그냥 넘길 수 있을텐데 툭 건드리면 터질 감정들이 내 안에 너무나 많다. 주변인도 육아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다면 ‘날선 말’보다는 따뜻한 말들을 더 건넸으면 좋겠다.
그냥 쉬고 싶다, 마음 놓고 푹 쉬는 날이 오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을 그런 날 말이다 .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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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이전에 쓴 글인데 많이 우울했었나봐요.
지금은 이 감정에서 많이 벗어났고
회복된 상태입니다.
이때의 저를 돌아보며
오늘 하루 더 많이 스스로 안아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