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103 Lab, 묵호항에서의 하루

의식의 흐름 따라 기록하는 기분 내기

by 김계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떠난 여행은 아니다. 셀카는 찍기가 조금 그래서 그림자를 일부러 방파제에 비춘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커버로 사용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맑고 깨끗한 날씨와 하늘이었다. 혼자 어딘가에 가보고 싶었고, 가서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늘 모르겠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 채로 대부분의 행위들을 해왔고, 혼자 하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못한 편이기 때문에. 사실 혼자랍시고 떠나 온 여행도 결국은 나 여행 다니고 있어요 라는 티를 팍팍 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알려대는 방식이었지만, 다만 그냥 이런 것이 해보고 싶었다. 외롭지 않다는 것과 혼자 하는 게 익숙하다는 것은 나에게는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때는 이미 관심과 공감 속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동해 도착해서 눈에 들어온 바다

첫 번째 사진보다 먼저 찍었던 사진인 걸로 기억한다. 하늘의 색 대비가 너무나 좋아서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에 담을 수 있게 해 준 날씨에게 감사를 보냈다. 사실, 여행 출발 전날 밤새 눈이 많이 내려 출발할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었다. 결국 도착해서는 출발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 선택에 대한 평가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가능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운전하는 동안 도로 위의 염화칼슘으로 차는 비록 많이 더러워졌지만 나중에 세차나 한번 더 해야지 하는 가벼운 생각만 들었다. 예전에 그러했듯이 가는 길이 험해서 몸과 마음만 힘들 거야 집이 최고야 라는 생각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었다면 그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딱 그 정도로만. 해변이 처음 보였을 때 느낀 탁 트인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을 거다. 어찌 되었건 여행 끝에 추억과 감정의 변화 분위기 그리고 내 기억 속의 기분이 남는 거지, 이런 것들이 여행이 끝났을대 나에게는 남아 있는 것들이고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들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는 버튼 같은 존재들.


묵호항 입장합니다~

게스트 하우스를 잠깐 들러 짐을 내려둔 후에 묵호항으로 향했다. 어판장 입구에서 만난 댕댕님. 바람을 거칠게 맞고 계시는 느낌이 들어서 사진에 담았다. 우두커니 서서 어판장 쪽을 바라보고 계시더라. 어판장 자체는 대게를 먹을까 해서 갔던 것이지만 결국 식사는 마음에 안 들었으니 기록에서 제외한다. 찍었던 사진도 지워서 남아 있지 않고. 무튼, 묵호항에 도착해서 어판장을 한번 쓱 둘러보고 도착한 배들이 대어져 있는 묵호항의 물은 신기하게도 참 맑았다. 사진은 어쩌다 보니 에메랄드 색인 것 마냥 나오긴 했는데 이쁜 옥빛은 아니었고 초록색이긴 했는데 조금 더 탁한 색이었다. 그래도 바닥까지 다 보였고 물고기들도 보였다. 지들끼리 뭐가 바쁜지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르신 두 분이서 빈 낚싯대 던져서 낚아 올리고 계시더라. 얼핏 들어보니 전어라고 하셨는데 2월에도 전어가 있는 건가 싶었다. 더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등대오름길을 따라 걷다보면 볼 수 있는 것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치와 벽화

방파제를 따라서 수변공원을 한번 쭉 걷고 나니 가까이서 보는 바다 구경은 어느 정도 마친 듯했고, 등대오름길이라고 적힌 길을 따라 올라갔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 자체가 원래 등대오름길 거쳐 가는 걸로 알고 있었고, 묵호 등대를 기점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는 데다가, 가는 길 사이사이에 있을 벽화나 페인팅 등이 궁금했던 것도 한몫했다. 바람의 언덕이라고 적힌 곳과 드라마는 보적 없었지만 드라마 상속자들의 촬영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벽화 자체가 예쁜 것보다는 깔끔하게 새로 그려진 벽화가 낡은 벽 위에 덧씌워져 있는 분위기나, 세월의 흐름 따라 바닷바람 혹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닳은 흔적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길 따라가다가 본 벽화 내지는 풍경 중에 마음에 들었던 두장이다. 왼쪽은 길너머에 있는 풍차 아닌 풍차와 오른쪽의 벽화 그리고 건너편에 보이는 바다까지 겹쳐져서 보이는 색감이 좋았다. 이 곳은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색감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등대오름길 따라 걷다보면 보이는 것들.

등대오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것들도 보인다. 묵호항 전체를 볼 수 있는 포인트와 길 옆에 꽂힌 색색깔의 바람개비들 그리고 꼭대기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조형물들. 잠깐 서서 있다 보면 들리는 파도소리와 바람개비 돌아가는 끼익 끼익 대는 소리가 함께 들린다. 더 많은 산책 루트와 벽화 조형물들이 있는 듯했지만 한 번에 다 봐버리면 다시 올 이유를 만들기가 어렵겠다는 사소한 생각에 지나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것들만 우선 담아두고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왔다.

곳곳에 보이는 103LAB 안내판과 카페 입구

숙소는 103 LAB 카페를 운영하시며 게스트하우스의 공용공간으로도 사용하시는 젊으신 미남미녀 부부가 운영하고 계신 곳이었다. 마스크로 멋짐이 가려지지 않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내외분이 하우스 사용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주셨고, 안에다 짐을 마저 풀고 해가 떨어지는 것을 창 너머로 보면서 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커피를 한잔 사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찍었던 사진도 정리할 겸, 기억들도 기록할 겸.


묵호항의 밤

해가 온전히 떨어지고 나서는 맥주를 한 두어 캔 사 왔다. 묵호항에서의 야경은 하늘에는 별이 잘 보이고, 바다에는 배가 떠있고, 해변을 따라 전등이 켜져 있고, 골목골목 가로등 불이 들어와 있는 분위기였다. 항구 마을인지라 저녁이 되자 낮의 시끌벅적함 보다는 조용함이 감도는 동네였다. 밤이 되어 분위기가 바뀐 논골담 길이나 동네 분위기를 한번 쓱 둘러보고 들어오니 문 앞에는 손님이 한분 와 계셨다. 아 이분이 보시기엔 내가 손님이지. 어쩌면 이 자리에 계속 계시는 분일지도 모르겠다. 바닷가에다 공기가 맑은 곳이라 그런지 눈에 보이는 별이 참 많았다. 밤에 부릴 수 있는 사치란 사치는 다 부리고 숙소로 들어와서 잠에 들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알람을 6시 40분에 맞춰 둔 채로.


묵호항에서의 일출과 아침, 103 LAB의 롱 블랙 한잔과 조식(우동)

6시 40분에 일어나서 씻고 옷도 챙겨 입고 공용공간 난방도 켜 두고 문밖으로 나섰다. 해 뜨는 걸 볼 장소는 전날 봐 두었던 장소 중 NONGOLDAM 조형물이 있는 곳이었다. 해가 뜨기 전에 붉은색이 차오르기 전의 하늘과, 조금씩 수평선이 붉어져 오는 것, 그리고 해가 수평선을 밀고 올라오는 것을 눈에도 담고 사진과 영상에도 담았다. 날짜 계획을 날씨를 보지 않고 골랐던 것 치고는 날씨의 도움을 너무 잘 받았다. 1분가량 일출 동영상을 촬영을 했는데, 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 때의 아침바다라 가능했던 건지, 파도 소리와 새소리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같이 들어와 담겨 있었다.

일출

그렇게 아침 풍경까지 눈에 담 고난 후에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출근하신 사장님 내외분에게 (임 사장과 김 직원으로 서로를 부르시는 듯했다.) 커피 한잔을 부탁드리고, 조식으로 우동을 받아 아침도 먹었다. 사장님 부부분들은 조식도 준비하시고, 고양이들 밥도 챙겨주시고, 일어나서 나오는 게스트하우스 손님도 챙겨주시고, 카페 오픈 준비도 하시고 바빠 보이셨지만 마스크 너머로 있는 웃음기가 두 분이 이곳 생활을 하시게 된 가장 큰 이유인 듯했다.


그리고 우동을 먹고 난 후 커피를 마저 마시며 1박 2일 동안의 짧았던 동해안 여행, 묵호항 103 LAB에서의 여유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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