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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원 Dec 30. 2023

아마도 천사가 확실한 것 같아요.

 평일 내내 워킹맘의 전쟁 같은 독박 육아가 이어지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몸도 마음도 조금 느슨해진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을 챙기느니 한시라도 빨리 이 빨래산 설거지산을 처치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 식사만 챙기다가도 금요일 저녁엔 밥다운 밥을 차려 남편과 맥주나 와인도 한 잔씩 한다. 모두 느지막이 일어나는 토요일 아침,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가족들에게 불친절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까치발을 하고 현관문을 살포시 열어젖힌다. 이때 꼭 눈 비비고 나와 "나도, 나도 갈래!" 하는 어린이가 있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막둥이 되시겠다.


 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아들이지만 아직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선한 얼굴로 크고 둥근 앞니를 활짝 내보이며 웃는 표정을 보면 따라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종종 함께 했으니 주말 이른 아침 엄마를 따라나서는 일이 꽤 익숙하다. 나란히 손잡고 걸으며 학교 생활은 어떤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종알 종알대다가 가끔 얼굴을 마주 보고 까르르 웃는다. 보통 첫 코스는 공원 산책이다. 인근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산책은 이른 아침일수록 좋다. 한가한 공원, 싱그러운 아침 공기, 풀밭에 스치는 이슬까지 이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자연에 감탄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공유하며, "정말 그러네요! 이 꽃 앞에서 사진 찍을까요?"라는 다정한 멘트도 날릴 줄 안다. 몇 발자국 걷다 한참을 서서 사진을 찍는 엄마를 위한 배려일 테지.


자, 다음 코스는 도서관이다. 각자 보고 싶은 책을 골라서 대출하고, 육교를 한번 건너 스타벅스에 간다. 내가 주문을 하는 동안 아들은 총총총 올라가 2층 구석진 자리, 늘 앉던 자리가 있는지 확인한다. 엄마와 동행하면 떨어지는 콩고물은 치즈 토스트와 초콜릿이 잔뜩 덮인 조각 케이크. 보채는 아이는 아니지만 더 어렸을 때는 케이크가 끝남과 동시에 카페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해 집에 가기 바빴다. 요즘엔 혼자 왔나 착각을 할 정도이다. 2~3시간은 가뿐히 스스로 책도 읽고, 문제집도 풀고, 그림도 그리며 엄마의 '조용한 시간'을 함께 해준다.


 아침에 출근하는 엄마에게 온몸으로 하트를 만들어 주는 아이, 무뚝뚝한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는 아이. 직장 스트레스가 심한 날도 아이의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면 한결 나아지는 경험을 한다. 몇 해전 웃음도 사치라 여길 만큼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대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걱정된 신이 나를 살리려고 지상에 천사를 보내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몸집이 작은 편이라 아직 안아 올릴만한 아이를 안고 어릴 적처럼 둥게둥게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며 생각한다. 이제 곧 사춘기가 올 테지? 너도 언젠가는 너만의 세계를 찾아 저 방문을 닫고 들어가겠지? 나란 사람은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지만 버선발로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요 사랑스러운 꼬맹이와 함께 하는 주말 아침이 더없이 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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