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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원 Nov 05. 2023

나만 아는 소소한 변화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상을 차리고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자아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식사와 집안일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저물어가는 하루. 주말 부부, 독박 육아, 워킹맘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늘 피곤했고 얼굴의 표정은 사라졌고 속은 텅 비어갔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이 더 크면 나아지겠지. 다들 그렇게 살아. 아무렇지 않은 듯 단정하게 가면을 쓰고 살았다. 삐그덕 삐그덕. 언젠가부터 아무렇게나 쑤셔 감추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괜찮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늘 엄마와 함께 하길 원했지만 나란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을 돌보고 충분히 혼자인 시간을 보내는 일이 시급했다. 이 귀한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브런치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글쓰기는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읽을 줄만 알았지 감히 직접 쓰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괜한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걱정도 잠시 브런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없이 일단 막차에 올라탔다.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합격, 첫 글 발행, 매거진 발행... 한 단계 한 단계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 본다. 새로운 세계에서 특출 난 실력을 뽐내기는 힘들겠지만 성실성을 무기로 꾸준히는 해보자고 다짐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일상에 나만 아는 소소한 변화들이 생겼다. 가족들이 아직 깨지 않은 주말 아침, 신선한 첫 공기를 마시며 공원 산책을 한다. 도서관을 들르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글을 읽거나 쓴다. 속상한 일은 속상한대로, 기쁜 일은 기쁜 대로. 혹시 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피식 웃는 여유가 생겼다. 이대로 흘러가게 두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갈까 봐 사소한 일상들을 메모한다. 일상에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는 느낌, 하루가 더욱 촘촘해졌다. 글쓰기라는 좋은 취미이자 듬직한 인생친구를 만난 것 같다. 이 친구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 좋은 바탕을 가꾸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고야 만다. 일찍 일어나 독서, 명상하는 시간 갖기, 좋은 컨디션을 위해 운동하기, 잘 챙겨 먹기.



 오늘도 무언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한다.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채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나는 무엇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까? 그것은 차차 알아가기로 한다.

나만 아는 이 소소한 변화가 썩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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