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Days Making Movie Challenge

기억 속의 그날(3)

by 사색하는 토끼쌤

드디어 첫 촬영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 촬영은 언제 하나요?"

"선생님, 어느 시간에 촬영을 하나요?"

"선생님, 소품은 어떻게 준비할까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사회시간 중에서 진도를 맞추면서, 4.19 혁명 관련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시간 안배를 잘 해야한다. 교육과정을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흥미도 끌고가면서도 영화도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은 월요일.


아이들이 마침 주말을 지내고 와서 다소 들뜨기도 하고, 나른하기도 한 4교시, 사회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오늘 촬영하자"

하고 말했더니 벌써 축제 분위기다.

일단은 무비 슬레이트를 빌려오고, 주인공을 나타내기 위해서 빨간 색 스카프를 준비하고 죽은 학생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친구에게 그럴싸한 어머니모습을 보여주려고 손수건을 크게 접어서 얼굴에 뒤집어 씌웠다.

화면에 바닷가 장면, 장례식 장면, 시위 장면을 파워포인트로 정리해서 컷을 넘기기로 했다. 우리 반은 한국전력 직원(각자의 역할과 직접, 그에 따른 월급이 정해져 있다)이 넘겨주기로 했다.


촬영감독은 영상 제작에 참여해본적이 있던 주하를 낙점했다.

다혜에게는 조연출을 맡겼다. 아이들은 책상을 밀고 주변을 쓸고 닦으면서 무대를 준비했다.

자 역사적인 첫 촬영이다.

"레뒤!!!!!!액숀!!!!"

무비 슬레이트의 경쾌한 찰칵 소리와 함께 드디어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친구들과 놀다가 바닷가에 떠밀려온 최루탄을 맞은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이었다. 여자아이들 답게 까르르 웃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첫 장면을 부드럽게 열었다.

그러다가 그만 누워있던 시체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박장 대소하며 무너져내렸다. 겨우 진정하고 첫 씬을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죽은 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맡은 우리반 재간둥이 원호와 재민이가 등장하면서 또 다시 빵 터지고 말았다.


"아이고 내새끼"하면서 달려드는 재민이의 연기를 보다가 옆에서 웃음보가 터지고, 넘어져있던 시신이 쿨럭거리며 웃기 시작하고 다시 NG!!!!!!(그 장면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메이킹 필름으로 군데군데 찍어두고 말리느라 총 감독인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3-4번의 NG를 거듭할 수록 아이들은

"선생님 여기서는 이렇게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아니죠! 거기서 그렇게 누워계시면 안보이죠!"

이런 식으로 의견을 내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바햐으로 어려웠던 씬들이 다 지나가고 마지막 시위장면과 발표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모두가 모였다.

시위 주동자를 맡은 영재가 큰 소리로

"이승만 정부는 물러가라,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하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 다른 시민들이 연달아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었다.


촬영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그 장면이 뭉클하던지.

정말 그 시대로 돌아가서 그 현장이라면 이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희생되었을까.

저렇게 재기발랄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저 학생일 뿐인데 그들은 왜 주검이 되어야했을까.

그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더 좋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손을 내려라

옆으로 붙어서 4줄로 서라

뒤에서 웃지 말아라


서로 난리가 났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장면

총소리 효과음을 찾아서 "탕"하고 발포하는 순간

정말이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면서 아이들이 순식간에 후두둑 쓰러지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관찰하던 영재가

"그런데, 님들아 총이 한 발이 나오는 소리였는데 갑자기 몇 십 명이 쓰러지는게 이상하지 않아요?"

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다들 벌떡일어나서는 "그렇네"다시 찍자도 덤빈다.


그렇게 처음에는 시위주동자를

다음 총알에는 주인공의 친구들이,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스러지는 장면을 촬영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지만, 아이들은 찍고 나서

"선생님, 저희가 촬영한거 보여주세요! 언제 볼 수 있어요?"

기대감이 넘쳐난다.


촬영을 하던 감독 주하는 촬영하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면서 내일 동영상 파일을 넘겨주기로 했다.

우리반 회장이자 주인공역할을 하느라 애쓴 승은이와 그의 친구들이


"선생님, 오늘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고 말해준다.


고생했던 보람이있다.

아이들이 저마다 역할을 나눠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보니 얼마나 기특한지.

역시 13살, 6학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제 2,3,편의 대본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대본리딩과 촬영이 끝나면 이제 지난한 편집의 장면이 기다린다.


음악시간에는 삽입곡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리코더에 흠뻑 빠져서 오래오래 연습을 했다.

아직은 손가락이 마음대로 안되고

화음도 엉망이지만,

의지 만큼은 활활 타오른다.

살아있는 것 같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 언덕을 하나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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