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0. -협조하는 삶.
2015. 6. 10.
-협조하는 삶.
오늘은 어제 아픈 배를 부여잡고 본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집의 장면을 캡처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어.
그 때문에 허리 통증이 좀 있어. 컴퓨터를 좀 잡고 있었더니 그렇구나.
그걸 왜 캡처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캡처하다 보니
이 장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아야겠다는 생각,
드라마의 장면마다 화면이 어떻게 해야 아름다울지 고민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다는 생각,
드라마의 촬영 장소를 만드는 미술감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
그리고는 상상, 공상의 생각에 빠져서 무대를 만드는 미술감독 겸 그림책 작가로서의 나를 떠올려보고 그 일을 하다 어떤 뮤지션과 실랑이를 하는 이야기를 만들었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로 이어져. 뮤지션과 실랑이를 하다 결국 의견이 좌절된 무대미술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함은 상업적인 무대로는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일을 그만두고 그림책 작가 일에 전념하게 되지.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프랑스 어떤 출판사의 초청으로 파리로 떠나게 됐어. 그것은 한 달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출판 기념회와 작가 활동을 병행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었지. 출국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음악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무대 감독을 잠깐 해주고 있었는데 거기서 그 뮤지션을 만나. 그 뮤지션은 무대감독이 그녀인걸 알고 일부러 실랑이 거리를 만들어 그녀를 불러 세웠지.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뜻에 따라 공연을 하기로 했고 공연은 완벽하고 아름다웠어. 그 후 우리 둘은 프랑스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지. 비행기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 만나 프랑스 작가들의 작은 파티에도 가지. 그리고 밤의 파리를 걷고 헤어지는 그런 이야기로 끝나.
판에 박힌 러브스토리.
하지만 반짝 거리는 에펠탑 앞에서 후진 후드 집업을 입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뮤지션과 그 앞에서 낮은 노래를 읊조리다 노래가 끝난 후 혼자 일어서서 환호하고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모습은 겪지 않았지만 겪은 것처럼 가슴이 뛰는 장면이야.
엄마는 이런 사람이야. 유치한 공상을 많이 하는.
내 머릿속에는 상상으로 꽉 차있지. 하지만 이 상상을 표현하는 능력이 많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이 상상을 표현하는 능력을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으로든 배워뒀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부터 배우기엔 엄마는 나이가 좀 많아.
그게 내 인생에서 좀 많이 아쉬운 점이지만
앞으로 100살까지 살 건데 너 낳고 좀 기른 후 뭐라도 더 배워볼까 싶어.
협조해주었으면 좋겠다. 아가야.
나도 네가 자라나 살아갈 세상에서,
네가 너의 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협조해줄게.
그게 너에게 직업이 될지 취미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건 네가 세상을 사는 동안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로서 부모, 애인 말고 또 하나가 될 거야.
아이고 허리가 또 아파오는구나.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