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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Oct 21. 2020

부치지 못한 태교 편지 7

2015. 6.15. -주말 지낸 이야기

2015년 6월 15일
-주말 지낸 이야기

아가야 주말 동안 잘 지냈니?

엄마와 아빠는 메르스라는 무서운 전염병 때문에 토요일은 집에서 내도록 뒹굴었고, 일요일은 참다 참다못해 광안리로 마실을 다녀왔어.
아! 이틀 동안 태교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서운해말길 바라.
앞으로도 주말에는 편지를 쓰지 않을 거야.
주말은 온전히 형규와 나를 위해 쓸 거야. 

혹은 나 자신만을 위해 쓸 거야.

네가 태어나면 형규와 내가 단둘이 꼭 붙어 지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을 테니. 

지금의 이 시간을 아껴 쓸 생각이야. 어쩌면 앞으로 십 년 동안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지난 후에나 가질 수 있는 시간일 테니.

이렇게 말하니 더 서운하지? 그럴 거야. 아마도.
하지만 엄마가 전에도 말했듯,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해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너에게 그 무엇보다 더 큰 축복이 될 거야. 

네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때가 있다면 그것의 근원은 ‘너의 부모가 서로 사랑한다’는 그 사실일 거야.

그러니 네가 없을 때 엄마와 아빠가 널 생각하지 않고 둘이서 노느라 너에게 편지를 쓰지 않은 것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도 그리고 널 위해서도 좋은 거야.

그래도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엄마도 그 마음을 어떻게 해줄 도리는 없어.

그저 ‘서운해서 어쩌나. 하지만 또 어쩌겠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좋을 순 없거든. 엄마 아빠가 네게 주는 사랑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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