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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꼬리아 Mar 23. 2024

메디컬 드라마의 갈등 구조

드라마에서의 갈등이란 무엇이며 메디컬 드라마의 갈등 구조

드라마에서 갈등은 등장인물의 행동을 형상화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며, 드라마의 서사 구조는 등장인물의 갈등 요인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보여줍니다.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드라마 전개 과정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이 지닌 대립 구조가 의미 있는 것은 이 구조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드라마에 내재한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갈등 구조의 핵심은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서의갈등은 중심인물과 반대 세력 사이에서 형성되는 대립이나 힘의 충돌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물 간 갈등 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틀이 그레마스의 ’행위소 모형‘입니다.


• 그래마스의 행위소 모형

구조기호학의 완성자라 불리는 알기르다스 그레마스(Algirdas Julien Greimas)는 러시아의 민속학자이자예술이론가 블라디미르 프로프(Vladimir Propp)가 민담에서 추출한 일곱 명의 인물을 여섯 명의 ‘행위소(actants)’ 곧 주체(subject), 대상(object), 발령자(sender), 수령자(receiver), 원조자(helper), 대립자(opponent)로 수정해 ‘행위소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의 행위소란, 등장인물들이 그 자신들 위주로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하나의 행위소가 될 수 있고, 동일한 인물이 여러 행위소 위치에 자리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작중 인물들은 제한된 숫자의 역할로 분배되는데, 이들은 하나의 망을 이룹니다. 또한 이 망은 이야기의 전개 안에서 생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이루게 되고, 이는 도형으로 형상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위소 모형은 이야기 안에서 변화하고 맺어지는 수많은 관계들을 하나의 체계로 조직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행위소 모형은 행위의 주체와 대상을 규정하며 작품의추진력을 나타내는 중심축을 표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주체와 대상은 모든 극적인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쌍입니다.


그 둘을 결합하는 것은 의지나 욕망의 추구 화살표입니다. 발령자와 수령자 쌍을 연결하는 화살표는 주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기부여에 관련이 있습니다.


발령자는 “주체가 누구 혹은 무엇 때문에 행동하는가”에 대한 대답이고, 수령자는 “주체가 누구를 또는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작품에 내재한 의미의 작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령자는 주체를 움직이게 하고, 주체는 수령자의 이익을 위해 대상을 추구하며, 이때 주체는 도와주는 원조자와 방해하는 대립자를 갖게 됩니다.


사건의 결과로부터 최종 이득을 얻는 행위소는 결국 수령자인데, 이는 주체일 수도 있고 제3의 인물일 수도, 아니면 국가나 민주주의처럼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레마스의 행위소 모형에 따라 메디컬 드라마를 살펴본다는 것은, 주인공인 의사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드라마 내에서 갈등을 유발하거나 해결하는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해 드라마 전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1980년 이후 국내 메디컬 드라마들의 갈등 구조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의사와 환자의 갈등

국내에서 방영된 초기의 메디컬 드라마들은 의사 개인의 개성보다는 의사들끼리 협력해 환자의 무지나 환자의 질병을 극복해 나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드라마들의 주요 갈등은 의사들의 정확한 판단과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자기희생적 행동에 의해 해결됩니다.


2) 의사 내부의 갈등

의사와 환자 간 갈등관계에 주목하던 메디컬 드라마는점차 병원이나 의사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겪는 갈등에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의사들은 선하고 이타적이기만 하던 의사가 아니라, 환자보다는 자신의 탐욕에 집중하고 이기적인 의사들로 구분되어 그려집니다.


1994년에 방영되었던 종합병원, 2000년에 방영되었던 메디컬 센터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의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여전히 환자의 완치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아닌 동료 의사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대립자로 등장하게 됩니다.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들은 현실주의자로서 병원의 안정된 경영이나 자신의 성공을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의학적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드라마의 긴장과 갈등이만들어집니다.


의가형제, 하얀거탑 등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의사가현실주의자로 등장하는 메디컬 드라마들도 있습니다.


주인공인 의사가 현실주의자로 등장하는 메디컬 드라마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개인적 성과만을 중요시하게 된 이유는 어려서부터 가난이나 가족관계의 결핍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성과와 성취만을 중요시하는 이기적인 의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들이 대립하는 것은 역시 경제적 이익이나 명예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헌신적인 의사들이 주위에서 주인공들을 견제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방영되었던 의가형제, 하얀거탑 등의 드라마에서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는 주인공들에게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 생겨서입니다.


의학 지식과 기술이 뛰어나지만 환자보다 자신의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주인공들은 본인이 환자의 위치에 놓이면서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헌신적인 의사로 변화하면서 갈등을 해결하게 됩니다.


2007년에 방영되었던 외과의사 봉달희, 2007년에 방영되었던 뉴하트 드라마 같이 수련의가 주인공으로 설정된 메디컬 드라마에서도 의사들 간 갈등이 드라마의 주된 서사가 됩니다.


수련의들은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 의사들처럼 유능하면서도 환자들에게 헌신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위험보다는 안정적 성과를 기대하는 병원장이나 진료과 과장 등은 이들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거나 성장을 방해하려 합니다.


병원 내에서 또는 의사들 사이에서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그려내기 시작한 메디컬 드라마들은 실력이나 가능성은 있지만 결함이 있던 주인공들이 실력과 함께 인성까지 갖추어 완벽한 전문가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이야기 구조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3) 의사와 외부의 갈등

의사와 환자 간, 그리고 의사들 간 갈등 구조를 그리던 국내 메디컬 드라마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병원 외부의 대상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줍니다.


2008년에 방영되었던 종합병원 2 드라마를 기점으로드라마 속 의사의 역할이 병원 내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확장되어 전문직으로서 사회에서 어떤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법고시 출신 의사인 인물은 이 의료 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움직이고, 환자나 환자의 가족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조력자가 됩니다. 이때 전체 의사협회나 변호사 등이 대립자가 되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드라마에서는 그 자신도 미혼 임신부인 서혜영 인물을 중심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인물은 동료 의사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병원 측과의 싸움에서 이겨 나갑니다.


메디컬 드라마들이 갈등 요인을 환자나 의사 개인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 흐름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방영되었던 골든타임과 2013년에 방영되었던 메디컬 탑팀 같은 드라마들은 한 명의 스타 의사, 한 명의 수련의가 주인공이던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민영화나 의료정책 같은 보다 큰 가치관의 흐름입니다.


2012년에 방영되었던 골든타임, 2013년에 방영되었던 굿닥터, 2013년에 방영되었던 메디컬 탑팀 드라마에서는 병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재현되고,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이때 병원의 운영이나 의료를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영진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주요 대립자들입니다.


그리고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의사와간호사, 또는 의사와 환자는 서로의 조력자로 재현됩니다.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주인공들은 환자들을 위해 최선의 의료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최근까지 메디컬 드라마들은 의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존재들과 마주한 의사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골든타임 드라마는 응급외상센터를 배경으로 생사를 다투는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외면하는 병원 경영진과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했고, 굿닥터 드라마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소아외과를 없애려는 자본 세력과 소아외과 환자들에게 불합리한 의료보험제도를 꼬집었습니다.


이렇게 비관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메디컬 드라마에서 의사와 환자는 동반자 관계로 재현되고 이들이 갈등을해결해 이루려는 목표는 모두에게 평등하면서도 최고의 의료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국내 메디컬 드라마의 갈등 구조는 다양한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보다 폭넓은 의료 현실을 재현하며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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