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선진국 핀란드.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다.
나 역시 핀란드라는 나라가 늘 궁금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뛰노는데, PISA 성적은 또 상위권이라니... 그야말로 연구 대상 아닌가?
핀란드 교육의 비밀 레시피가 궁금했다. 일종의 '교육계의 유토피아'같은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해외교육봉사를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나라도 핀란드였다.
필자는 핀란드 현지 학교에서 약 2달 간 교실 뒤에 앉아 여러 수업들을 참관하고, 교단에 서서 직접 수업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감동했던 순간들, 실망했던 순간들을 모두 경험했다. 이번 글에서는 후자의 순간들을 위주로 풀어보고자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핀란드 교육의 모습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경험했던 모습은 분명히 다른 점들이 있다.
먼저, 핀란드 수업도 정적인 수업이 많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핀란드 수업은 자연에서 뛰놀고, 웃고 떠들며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이 때문에 직접 핀란드 수업을 관찰하기 전에는 모든 수업이 활발하고 자유로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도 일종의 집밥(?)같은 수업들을 많이 한다. 빈칸이 뚫린 프린트물에 정답을 각자 채운 후, 롤스크린에 정답지를 띄우고 조곤조곤 풀이를 해주는 선생님의 모습들. 온전히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잔잔한 수업. 내가 학창시절에 받았던 수업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친숙함이었다.
우리나라도 공개 수업은 평소보다 힘을 많이 준다. 하물며 외국에서 취재를 나왔다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수업 퀄리티와 역동성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다 건너 보아온 수업 장면들에는 아마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게 아닐까.
사실 막 움직이고 사부작사부작 만들고 뛰어노는 수업이 무조건 직접교수법보다 우위라고 할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마치 영양소같은 것이다. 우리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건강할 수 있다. 어느 하나에 편중되면 병이 나기 십상이다. 마찬가지로 수업 형태도 어느 하나를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수업 목적에 맞게 적재적소에, 골고루 적용해야 영양가 있다. 핀란드 교육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놀란 점은, 핀란드 학생들의 수업 태도이다. '학생들이 행복한 핀란드'이기에, 당연하게 '모든 학생'들이 배움에 흥미와 동기가 충만한 모습을 상상했었다(말도 안되는 기대였지만). 그러나, 교사의 발문에 일동 침묵하며 지루한 표정을 짓는 분위기는 꽤 자주 있는 일이고, 수업 중에 갑자기 일어나 거울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머리를 묶는 학생, 이성 친구끼리 애정 행각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들.... 가히 놀라운 광경들을 종종 목격했다.
어떤 대상에서든 막연한 환상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국제적으로 교사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서 현지 학교를 단기적으로나마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면, 그래서 진면목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렇게 '막연한 부러움'을 갖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PISA에 대해 덧붙여 이야기해보자면, 현재 핀란드의 순위는 예전보다 많이 내려갔다. 교육 당국의 반응은?
아무렴 어떠한가?
학생들이 행복하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