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바인딩 클래스 - 다시는 안 할 줄 알았건만

1주차 싱글 섹션 바인딩

by 하라토너

북바인딩 원데이 클래스를 작년 여름에 들었었다. 나는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남들보다 잘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남들 속도를 따라가기 벅찼고 선생님의 손길이 여러 번 필요했다.

빨리한 사람들의 의기양양한 표정(그들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을 보며 짐짓 못마땅했고 "직업 특성 때문인지 다들 빠릿빠릿하게 잘하시네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에도 부합할 수 없었다.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로 괴로웠다. 내가 왜 이렇게 더운 날 여기까지 와서 마음 졸이며 바느질을 하고 있나, 후회의 마음까지 들었다.


느렸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북바인딩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그저 그런 일회성 체험으로 끝났다. 그러던 지난달, 근처 공방에서 북바인딩 5주짜리 워크샵을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됐고 마음이 허해 무언가 배우고 싶던 차에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나는 또 '자발적 괴로움'을 돈을 주고 선택했다.


워크샵을 하는 장소가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총 9명이 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북바인딩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왔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독립출판을 계획 중인데 제본 과정을 배워보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독립출판 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쓴 글들을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첫 시간이니만큼 북바인딩의 기초인 싱글 섹션 바인딩(우리말로 하면 한 대수 바인딩)을 배웠다. 한 권당 9장의 내지가 사용되고 총 4권을 제작할 것이니 36장의 내지와 4장의 표지를 골랐다.

9장의 내지를 한 번에 접고, 접힌 부분을 가이드지의 눈금에 맞추어 송곳으로 뚫었다. 표지도 접어서 내지의 구멍에 맞추어 같이 뚫어주었다. 가운데 구멍을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한 땀씩 기운 뒤, 다시 돌아와서 기우고 나머지 왼쪽 끝까지 기우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한 권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수첩 한 권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니, 이제는 수첩 살 일 없겠다. 다 만들면 되니까!라고 초심자의 설레발을 한번 쳐 봤다.


이 방식으로 두 권을 만들고 나니 조금 더 손맛이 나는 바인딩 방법을 알려주셨다.

- 한쪽 끝에서 안에서 밖으로 바늘을 뺀 뒤 다시 그 구멍으로 바늘을 넣는데, 그냥 넣으면 그대로 실이 빠지게 되니 그 사이에 짧은 실을 하나 끼워 넣어 빠지지 않게 고정시킨다.

- 그리고 옆 칸으로 바늘을 다시 빼낸 뒤 아까 짧은 실을 끼워 넣은 곳에서 실을 빼낸 뒤, 그 공간에 바늘을 넣어서 고리 모양을 만들고 다시 빼낸 곳으로 바늘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하나의 고리 모양 혹은 길쭉한 물방울 모양으로 한 땀이 생긴다.

반대 쪽 끝까지 반복해서 완성하면 이런 느낌!

첫 번째 방식으로 두 권을 만들 때까지는 크게 무리 없이 잘 따라갔다. 그런데 두 번째 방식으로 배우고 해 보려는데 실이 바늘에 안 들어가는 것이다. 한 번 안 들어가니 끝까지 안 들어갔다.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 중인데 또 애가 타기 시작했다. 설명이 끝난 뒤 해보라는데 실을 꿰느라 보지를 못했으니, 선생님을 불러서 일단 실부터 꿰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진작 말씀하시지~"라고 하셨다. 아 그랬으면 되는구나. 다른 사람들 배우는데 방해될까 봐 혼자 끙끙거리면서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냥 말을 하면 되는 거였다. 내 돈과 시간 들여서 왔는데 궁금한 것이나 못하겠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책등에 줄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구멍을 뚫었던 덕택인지, 완성하고 나니 꽤나 꼼꼼하게 바느질한 것처럼 보여서 뿌듯했다. 이 날도 남들보다 속도가 조금 늦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빠르게 작업하는 것보다는 책등에 가지런히 실이 놓여있는 게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총 4권을 만들었고, 시간이 조금 남길래 한 권 더 만들어서 다섯 권의 수첩이 생겼다. '오다 주웠다' 느낌으로 '이런 거 금방 뚝딱 만들더라고요' 하며 오늘 만난 이에게 한 권을 선물했는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기뻤다. 내가 좋아서 만드는 것인데 나도 쓰고 남에게도 선물할 수 있다니, 북바인딩이란 참 좋은 작업인 것 같다.

이 노트에 뭘 쓸지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4주 동안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많은 노트를 만들게 될 것 같은데, 만들어진 노트들에 나의 생각들을 아낌없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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