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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토너 Apr 17. 2019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 - 가쿠타 미쓰요

젊은 시절의 기록을 웃으며 보게 될 날까지

저자는 일본에서 유명한 소설가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유명한 소설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에세이 두 권과 연작소설 한권만 읽었다. 중년 여성의 운동에 대한 에세이, 나이 듦을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에세이 두 권 다 저자의 유머와 위트가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 작가의 팬을 자처하고 다녔는데 떠들고 다닌 게 무색하게도 신간이 나온 것을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작년 말에 출간되었고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출간됐다. 저자가 갓 데뷔한 무명작가 시절 쓴 에세이들을 모았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는 나이 든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과는 결이 다른 고민을 할 것이다. 이 에세이 역시 작가의 그 나이에서 가능한 고민, 생각, 방황 등이 담겨있다. 아마 '연애'가 그 나이 때의 최고의 관심사이자 골칫거리 이리라. 제목의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만 봐도 그렇다. 저자는 연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연애란 이기고 지는 것, 승부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항상 비참하고 슬프고 결국엔 지게 된다. 한밤 중에 연인을 만나러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 것을 완전한 패배라고 말한다.

안 하면 애달파하면서 저렇게 연애를 승부라고 정의해 버리면 해도 힘들고 안 해도 힘든 게 되는 게 아닌가? 이따금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보다 자기를 더 좋아해 주는 남자를 만나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는 이기는 연애를 해야만 행복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피곤하다. 저자는 뒤에 '나도 졌고 너도 졌으니까 서로 비긴 거야. 하고 실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랑. 나는 그런 사랑이 정말로 멋지다.'라고 했는데, '졌고 졌으니까 결국 비겼다'는 말부터 이미 나는 지친다. 나는 20대 중반의 감성을 이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30대가 되어버렸나 싶어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그래도 나는 연애에 있어서 승부가 싫다. 너도 나도 그냥 좋아서 재지 말고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소설을 쓰는 일에 몰두하며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저자는 또래의 직장인들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직장인들은 왜 자신에 대한 성찰을 덜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믿는다는 건 정말 제멋대로인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나서야 아무 의심도 없이 즐거울 때 즐거워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 사람을 좋아하니까 함께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은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건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진리다.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즐거워야 이 사람도 즐거워질 것이다. 상대의 생각과 표현에 집착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편이 낫다.

 

저자는 에세이 마지막의 에필로그에서 '에세이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 같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그 어린 시절의 '나'가 지금의 '나'와 별개로 그 삶을 지속해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나 또한 40대 중반의 위트 있는 저자의 에세이를 읽은 후, 20대 중반의 철저하게 자신에게 파묻힌 이야기들을 보니 그 둘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같은 사람이다. 그 나이 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을 것이기에 그때와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블로그를 대학생 때부터 해왔지만, 그때 막 써 놨던 글을 보며 내가 10년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고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며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쓰기를 조금 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쓰지 않으면 잊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곳저곳에 써두는 편이기는 하나, 조금 더 정돈된 문장으로 감정을 정리해서 나중에 보아도 손 볼 필요 없을 정도로 써야겠다. 그 글들을 세월이 흐르게 되어 본다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나이를 먹는 것은 썩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내가 어린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그 날은 살짝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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