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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Feb 05. 2018

'꼰대'라는 직급으로 부리는 마법

직급하에 가진 지팡이를 빼앗아 버리고 싶은 충동

'꼰대'의 어원은 꽤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 부정적인 은어로서 쓰이는 것과는 달리 원래 이 단어의 의미는 꽤 숭고했다. 원래 60년대에는 아버지를 달리 부르는 말로 쓰였다. 그때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노인네' 정도의 의미에서 선생님을 낮잡아 부르는 말, 그리고 이제 밀레니얼 세대들은 '과거의 사고방식만 고집하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오지랖 넓게 훈계를 하는 어른'으로까지 의미변화가 이루어졌다.

90년생인 필자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선생님을 '꼰대'라고는 잘 부르지 않았으니, 의미의 역사가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이 단어를 신조어로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불건전한 존재는 학교보다는 되레 베이비붐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에서 부딪히면서 자라난 떡잎일 것이다. 심지어 요즘은 부모를 '꼰대'라고 부르는 자식 또한 그 수가 많아졌다. 도대체 어떠한 것들이 흔히 말하는 '꼰대짓'인걸까?


출처 : http://social.lge.co.kr/people/condae/


첫 번째는, '나는 높은 사람이니 네가 해라'라는 마인드다. 아마도 필자가 추측하건대, 군대에서 경험한 악습(?)이 사회에까지 대물림된 게 아닌가 싶다. '악습'이라고까지 강한 어조의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이 점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궂은일은 모두 막내 몫'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꼰대라는 숙주에 감염된 것이다. 물론 노쇠하여 힘이 부족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아주 단적인 예를 들어 사무실 내에서 물은 모두가 함께 마시지만, 다 먹은 빈 통이 정수기에 꼿꼿이 끼어있어도 꼰대들은 절대 물통을 갈지 않는다. 심지어 물을 본인이 먹기 위해 굳이 막내를 불러 물통을 바꾸게 할 정도다. 함께 하는 공동생활이라는 마인드 보다 연차가 찬 자신이 대우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앞서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내가 경험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라는 마인드다. 중견 토목회사에서 일하던  신입사원 P 씨는 상사로부터 너무도 황당한 말을 들었다. 한 달 동안 주말 포함하여 쉴 수 있는 날은 총 5일이라는 것이다. 현장을 감독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을 미리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그다음 대사가 P 씨의 일할 마음을 뚝 떨어지게 했다. "너네는 감사한 줄 알아! 나 때는 한 달에 하루 이틀 쉬는 게 고작이었어" 도대체 본인이 과거에 못 쉬었다고 해서 왜 현재의 부하직원도 못 쉬어야 마땅한 것일까?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듯 몇 번 보지도 않은 신입사원이 쉬면 배가 아픈 걸까? 정말 배우지 못한 사람의 못된 심보다. P 씨는 주말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다였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시간 낭비 만 하던 P 씨는 결국 사표를 던졌다.

어떠한 연유로 이러한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니들도 나이 먹어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럼 간혹 깨어있는 50, 60대 분들은 돌연변이라고 할 텐가? 


물론 아무리 꼰대라고 할지언정 그들이 경험한 과거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한다. 하지만, 과거에 삐삐를 썼다고 지금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최근에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전 세대가 조화롭게 융화되고 더 나은 퀄리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과 사상 또한 변해야만 한다. 정체되어 고이면 결국 썩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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