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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Feb 12. 2018

카푸어도 마음대로 될 수 없는 사내 문화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찌든 문화



"윤주임은 나보다 좋은 차 타면 안 돼"


요번 에피소드는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거나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아직도 그런 문화를 가진 회사가 있어?"라고 놀라겠지만 아직도 꽤나 잔재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상사 밑에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카푸어도 될 수 없는 사내 문화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여전히 과거라는 바다에서 혼자 헤엄치고 있는 우리의 부장님은 후배가 자기보다 좋은 배를 타는 것이 아니꼽나 보다. 설사 그게 '카푸어(Car poor)'라 할지라도 말이다. 여기서 카푸어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비싼 차를 타기 위해 다른 지출을 포기하고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출처 : http://roadtest.co.kr/import_view.php?bid=2845


한 관공서에서 일하는 27살인 K 씨는 최근 차를 구매하려다 선배로부터 수입 브랜드의 차는 사면 안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외제차를 운전하면 국민들과 기업들을 위해 일을 하는 자신들의 품위에 어긋난다는 설명이었다. 단순히 멋이 아니라 안전성을 고려하여 일본 브랜드의 차를 구매하려던 K 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내 유명 브랜드의 가구회사에서 일하는 34살 K 씨는 부유한 아버지로부터 비싼 외제차를 선물로 받았다. 주차장에서 K 씨의 차를 본 상사는 K 씨를 불러 꾸짖었다. 사내에 좋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꾸짖음의 이유였다. 결국 K 씨는 매일 아침 회사로부터 5분 정도 떨어진 아파트 단지 내에 주차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위의 사례들은 카푸어 사례들은 아니지만 제법 같은 맥락의 사례들이다.
추가로 입사한 지 5년 이상 된 사람이면서 새 차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겪어 봤을 법한 상황이 하나 더 있다. 


신입사원이라면 첫 자동차를 사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대리점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는 브랜드별 카탈로그를 가져와 집안 테이블에 펼쳐놓고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한다. 그 때 혹시 아버지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상사보다 좋은 차는 사지 말거라"


꽤나 많은 아버지 세대들에게 이런 인식은 상당히 익숙하다. 이 논리는 무조건 지켜야 할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알아서 지켜야 할 '권장사항'이라는 것이다. 한 조직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재화를 마음대로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서열에 따라서 자동차의 급이 나뉘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도 유치하다. 마치 더 비싼 패딩을 입고 왔다고 학교에서 괴롭히는 일진들의 짓거리와 유사하다.





"무조건 지켜야 할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알아서 지켜야 할 '권장사항'이라는 것이다"




본인들이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리 간섭이 많을까?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마치 자기 멋대로 부릴 수 있는 수드라(Sudra)쯤으로 착각하는 걸까? 여기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수많은 물건 중에 카스트제도가 적용되는 물건이 오직 '자동차'라는 것이다. 비싼 맞춤 정장을 입든 수백만 원짜리 고가의 시계를 차든 소주 대신 값비싼 와인을 마시든 상관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웃기는 소리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다. 그리고는 되레 자신이 꼰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고 조언하는 척한다. 그저 은근슬쩍 언질을 줄 뿐이다. 

출처 : http://bonlivre.tistory.com/798


이 글은 값비싼 자동차를 사라 혹은 카푸어가 되는 것을 권장하는 글이 아니다. 그저 내가 벌은 돈으로 원하는 차량을 마음대로 못 사게 하는 사내 문화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자 쓴 글이다.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에서 숙성된 알속에 갇혀 새로운 시대로 부화하지 못하는 몇몇 관리자들에게 고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10년 넘은 마티즈를 타고 다닌다면, 부하 직원들은 그에 맞춰 20년 된 티코라도 타고 다녀야  예의인 걸까? 


필자는 취직을 했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것들이 회사생활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사고다.


회사라는 것은 그 바운더리에서 한 발자국만 삐져나와도 다시 남이 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상사들은 사적인 공간을 넘어 오지랖 넓게 온갖 충고와 훈계를 쏟아낸다. 예의를 운운하며 한 사람의 자유로운 구매 권리를 통제하려는 알은, 아무리 품어도 깨어날 수 없는 알. 이제는 폐기 처분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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