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no May 21. 2021

기술 운영 직무를 해오며 느낀 점들

테크니컬 오퍼레이터(Technical Operator)란 무엇인가?


코딩 교육을 혁신하고 있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한지 어엿 6개월이 되어간다. 처음 지원할 때에는 전략 보고서와 제안서 작성 경험도 많고, 발표와 설득(같은 말재주)에 자신이 있어 B2B Sales로 지원했는데, 어쩌다보니 운영팀에서 회사의 교육 사업 하나에 속해 기술 운영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 운영 직무로 6개월간 일하며 느꼈던 것들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Technical Operator"

내 명함에 찍히는 직무의 이름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운영팀을 Technical Operator로 칭한다.

처음에는 '운영이 그냥 잡일...이지, 왜 이렇게 거창하게 해놓은 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일을 한지 반년이 되어가는 지금, 생각이 참 많이 바뀌었다.


Technical operator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며 글을 써본다.



1. 운영이란 무엇을 하는 직무인가?

운영은 톱니바퀴를 굴리는 일과 같다. 구축된 서비스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굴려야 한다.

톱니바퀴는 두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첫째. 계속해서 굴러가야 한다. 톱니바퀴가 멈추면 서비스도 같이 멈춘다.

Routine 한 일들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교육산업 관점에서는 학생들의 출석, 학습 진도율 등을 Daily로 관리하는 일 등이 있겠다.


둘째, 톱니바퀴는 홀로 굴러가지 않는다. 양 옆에, 혹은 위아래에 맞물린 톱니바퀴와 함께 굴러가야 한다.

둘째 속성은 고객, 개발, 교육팀 등 맞물린 톱니바퀴에서 마주하는 이슈와 사건들을 해결하고,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결국엔 일머리가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판단해서 처리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속도가 늦어지면 고객의 불만족은 더욱 커진다. 특히 고객(학생)과의 접점이 매우 가까운 교육산업은 더더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생각보다 일머리가 없어서 고생 좀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운영의 일이 잡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운영단에서 일을 똑똑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그다음 Step인 Product Manaing, 혹은 Serivce Manager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열심히 기획해도 기획한 걸 굴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Product Owner를 목표하는 내가 운영팀에 속한 건 다행일지도?라는 생각이 든다.



2. 운영 직무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한 운영 직무의 목표는 간단하다. 바로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아달라. 이 또한 톱니바퀴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자.


첫째, 계속해서 굴러가야 한다.

내가 톱니바퀴를 계속 돌리는게 아니라, 톱니바퀴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운영 팀 업무의 3~40%는 Routine한 업무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를 자동·효율화해서 업무 시간을 단축시킨다. 예를 들어, 3시간 걸리던 일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쳐내고, 반복적인 일들을 자동화하여 소요 시간을 30분으로 줄인다. 그리고 매뉴얼을 만들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예를 들면 신입)도 할 수 있도록 일의 구조를 만든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간이 생기게 된다. (야근을 하지 않게 된다.)


운영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다.

시간이 생겼으니 톱니바퀴의 상태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떤 것을 더 개선해볼수 있는지, 다른 톱니바퀴는 어떤지 확인 할 수 있게 되며 자연스레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이슈들이 존재하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대응하는 것과 없을 때 대응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톱니바퀴도 자동으로 굴러가고, 맞물린 바퀴 사이에서 문제도 일어나지 않으니 운영 직무는 운영을 하지 않게 된다. 그 사이에 톱니바퀴를 고도화하고, 내 톱니바퀴에서의 시야를 넘어 전체를 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고객 만족에 가까워진다. 결국 운영을 하지 않지만 운영 시스템은 발전하고, 고객은 만족하게 된다.



3. 그렇다면, 운영 직무는 왜 Technical해야 하는가?

2번의 연장선이다.  운영을 하지 않기 위해 Technical 해야 한다. Technical 은 '기술적인' 이라는 뜻인데, 기술의 발전과 비유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편리하고, 간편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몇 일이 걸리던 조선시대의 기술과, 2시간 30분 만에 KTX로 도착할 수 있는 지금의 기술을 생각해보면 쉽다. 오래 걸리고 불편하던 업무를 더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더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Technical Operator는 자신만의 Technique 목표를 가지고,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4. 그래서 나는 어떤 Technique을 목표하고 있는가?

현재 Technical Operator로 일하면서, 이번 분기에 운영 OKR로 세운 것은 두가지다.  


첫째, Python SQL 학습을 통한 운영 고도화

고도화는 어떤 것의 정도가 높아짐을 의미하는데, 운영 직무에서는 운영 시스템의 정도가 높아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효율화, 자동화가 수반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도화는 현재 수치에 초점을 두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 수치를 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0명의 수강생들의 출석, 진도율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데, 100명에 맞추어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500명, 1000명이 수강해도 효율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 Process를 파악하고, 불필요한 일을 떨쳐내야 하며. 반복적인 일들을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효율화해야 한다. 업무 Process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도식화(혹은 매뉴얼화)하여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고도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대두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코딩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Python과 SQL만 잘 활용해도 엑셀의 반복적인 일을 몇 초만에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학생들의 진도율 데이터를 조회하는 업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학생이 1,000명이면 1,000개의 페이지를 조회해야 한다. 또 수치를 어딘가에 기록을 해야 한다. 즉, 톱니를 계속해서 손으로 돌려야 한다.


톱니가 스스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먼저 SQL 몇 줄이면 학생들의 진도율 데이터를 일일이 조회하지 않고, 한번에 뽑을 수 있다. 그리고 Python의 scheduling 함수를 활용해서, 학생들의 진도율을 Daily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로써 1,000명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가 일일히 조회하고 기록하는 시스템에서 자동화 시스템으로 고도화되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 너무 매몰되면 안된다. 자동화와 효율화를 위해서는 맡은 운영 업무를 100% 이해해야 한다. 어떤 이슈와 패턴이 있는지, irregular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해해야 비로소 쓸만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코딩을 하지 않아도 자동화, 효율화 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다.


둘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한 대시보드 제작.

내가 맡은 업무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혹은 문제없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다름아닌 수치화된 데이터를 통해서 파악하고, 또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매주 90점의 점수를 받던 A팀이 어느날 50점을 받았다. 문제 난이도에는 차이가 없었고, 다른 팀들의 평균 점수는 큰 차이가 없다.

A 팀에 이슈가 있다고 추론해볼수 있다. 해결을 위해 A 팀원의 만족도 설문 답변을 확인해보거나, 다른 팀과 A팀의 MR, 혹은 Comment를 비교하며 어떤 이슈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이슈를 발견하기부터 해결을 위한 대안까지 모두 데이터가 연관되어 있다. 데이터는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됨과 동시에 방법을 찾는 이정표가 된다. 그렇기에 어떤 것을 수치화할지, 또 핵심적으로 관리할지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결국 의사결정은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를 한 눈에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모아 시각화한 것을 대시보드(Dashboard)라고 하는데, 나는 이 대시보드를 만들고 싶다. IT 회사이기 때문에 보유한 값진 데이터는 정말 많은데, 신사업이다보니 이를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내가 한번 채워보고 싶다.



5. 마무리

6개월 동안 운영 직무를 하며,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원치 않은 직무를 맡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맡은 일 가운데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깨닫는 것 또한 귀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일머리를 키우고 Technique을 쌓기 위해 코딩을 좀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주어진 환경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아쉬움을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