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에서 시작된 작은 우정
대학교에서 영국 어학연수 공고를 보았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설렘‘보다도 ’망설임‘이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때, 어머니께서는 ”해봐“라고 등을 떠밀어주셨다.
해가 바뀐 1월,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간은 총 6주였는데, 3주는 홈스테이, 3주는 공용 공간은 함께 쓰되, 각자 방을 쓰는 형태의 플랫에서 지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영국의 각 지역을 여행했다. 가장 먼저 여행한 곳은 단연 런던이었다. 빅벤, 런던아이, 이층 버스 등 꿈에 그리던 곳들을 여행하며 벅찬 감정을 느꼈다. 어학연수를 함께 간 사람들과 한인 민박을 예약했다. 그리고 나머지 주말들은 혼자 여행 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전했다. 익숙한 말도, 얼굴도, 없는 거리에서 느낀 고요한 외로움은 그리움처럼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지막 주말이 남았을 때 스톤헨지와 케임브릿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둘 다 갈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 고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스톤헨지를 선택했다. 스톤헨지 시내를 걷다 우연히 플리마켓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홍콩 친구 meg을 만났다. 단순히 햄버거 줄에 서 있던 서로가 어색한 인사만 건넸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혼자라는 걸 눈치챘을 때, 자연스럽게 말을 걸게 되었다.
”런던은 언제 왔어?“
”어디가 제일 좋았어?“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어?“
그날의 햇살과 바람, 플리마켓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우리의 공통점은 타국에서 공부하러 왔다는 점, 외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런던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짧은 영어를 탓했지만, meg은 천천히 말해도 된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하다 보니 3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타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페이스북 아이디를 주고 받았고, 다음에는 홍콩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meg과 연락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2년 뒤, 인생 첫 혼자 해외여행으로 홍콩과 마카오로 떠났다. 스톤헨지에서 만났던 meg은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홍콩에서의 재회는 반갑고도 놀라웠다. meg은 좀 더 여유로워진 모습이었고, 홍콩을 구경시켜 주었다. 맛집에 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야경 투어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알려주면서 나를 데리고 다녀주었다.
타지에서 만난 작은 인연이, 마음속에 따듯한 등불처럼 오래 남았다. 누군가와의 우연한 만남이 내 여행을,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얼마나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그때 처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