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 2

외로움 끝에서 건넨 말 한 마디

by 김영진

퇴사 후 공백은 생각보다 깊었다. 사람들과의 연결이 느슨해진 채 떠난 크로아티아 여행이었다. 특히 여행 마지막 쯔음에 두브로브니크에서 모스타르 원데이 투어를 신청했다.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투어였는데, 조금 더 프라이빗한 투어를 하고 싶어서 벤 투어로 결정했다. 하루 전날, 성벽 앞으로 6시까지 도착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투어 가이드가 내 이름을 불렀고, 그를 따라 벤에 탑승했다. 그리고 자연을 마음껏 보면서 모스타르로 향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나는 거의 기어다녔다. 크로아티아를 곳곳 여행하며 매번 마주친 외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모스타르에서도 또 마주쳤다. 너무 반가워서 격하게 인사한 탓에, 돌 계단에서 미끄러져 또 다시 발목을 접질렀다. 결국 그 아름다운 모스타르 풍경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리 넘어 보이는 모스타르의 풍경은 햇빛에 반짝였지만, 내 발목은 점점 부풀어 오르며 신발 안에서 욱신거렸고,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사실 오래 전부터 계획을 했던 것이라 상처를 입은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일랜드 부부가 나에게 괜찮냐며 먼저 다가와 주었고, 왜 여행을 하고 있는지 대화를 건넸다. 이처럼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다친 몸보다 더 서러운 건 말 한마디 건넬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함께한 1시간 정도의 대화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모스타르에서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와서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원래는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다친 발목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택시 쉐어할 외국인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서성이며 눈치만 보던 10분, 낯선 땅에서 외로움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중년쯤 보이는 외국인이 캐리어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항으로 갈 것 같다는 느낌에, 외국인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나 공항 갈 건데, 혹시 괜찮으면 나랑 쉐어할 수 있을까?“

”아, 나 남편이랑 같이 갈거야. 그에게 한 번 물어볼게.“

”남편이 괜찮대. 같이 가자.“


공항으로 이동하며 택시에서 그들과 한국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휴가를 위해 두브로브니크에 왔다고 했다. 또, 그의 여동생이 부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그들은 연세대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들과 짧은 대화 덕분에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던 외로움이 조금은 덜해졌다. 스쳐 가는 인연일지라도 그 다정한 말 몇 마디는 낯선 곳에서 내 마음을 가장 오래 붙잡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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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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