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친구

by 김유정

하란이와 처음 만난 것은 회사에서였다. 하란이는 데이터를 검수하는 역할로 들어왔는데 학력등이 나보다 높았지만 교육을 전공하였고 기간제 교사를 많이한 탓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직원이었다.

나는 하란이와 같이 일하는 차과장과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하란이도 과장 직급으로 들어왔지만 같은 과장이 아니다. 그룹웨어에서도 이름 옆에 '(검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보자마자 누가 계약직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날은 같이 먹을 이가 없어 혼자 식당에 갔는데 하란이가 있었다. 하란이도 혼자 먹으러 온 것 같아 전에 프로젝트 A같이 하던 얘길 하면서 같은 테이블로 앉았다. 하란이는 흔히 말하는 빠른 생일, 1월생이라 나와는 1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회사에서 만난 사이임에도 정규직원이 본인과 스스럼 없이 식사하자고 하는 것에 하란이는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규직들은 정규직끼리 또는 부서비로 회식, 하지만 비정규직인 계약직은 그런게 없다. 법적으로는 차별하면 안된다 하지만 실제 이들과의 차별은 여러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일하는 책상너비도 정규직보다 40센티나 좁은 걸 쓰고, 모니터도 정규직은 듀얼인데 계약직은 싱글이다. 그래서 지나가면서 스윽 보기만 해도 누가 누구인지가 훤히 보인다. 돈을 받으니까 같은 직원이라는 건 이 생태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먼저 낮추지 않으면 전혀 적용되어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나는 장난을 섞어 프로젝트 A때 같이 일하던 옆부서 오리입니다라고 소개했다. 하란이는 나에게 자주 같이 식사하던 차과장과 같이 식사 안하고 어쩐일이냐고 했지만 나는 오리는 원래 잡식성이라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고 하며 이집은 이게 맛있는데 어떠냐고 메뉴를 권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모처럼 편하게 말을 했다.


그 이후에도 하란이와 나는 일주일에 한두번 같이 밥을 먹곤 했다. 하란이는 혼자서 여기저기 다녀봐서인지 이번에는 전에 가본 여기를 가보자며 먼저 나에게 숨겨진 맛집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추천으로 가게 된 제육집에서 내가 모르는 척 하고 전에 어떤 일을 하였는지 묻자 과외를 좀 하다가 들어왔다고 했다. 본래 수학을 잘해서 정식교사가 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여 기간제로 오래 일했고 데이터 검수일은 이번이 두번째라고 했다. 나도 대입때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합격하고도 입학을 못해서 이런저런걸 하다가 여기 왔다고 하니 흠칫 놀란 눈치였지만 비슷한 나이의 서로가 각자의 내면을 처음 그렇게 오픈한 것이었다.


그때 저쪽에서 눈치없는 하란이네 부서 김상무가 지나가며 어? 우리 직원이랑 밥먹네?만 안했으면 분위기도 좋았을 것을. 그렇게 걱정되면 점심에 회식하는데 계약직이라고 빼놓지 말고 같이 데리고 가서 고기라도 먹이던가 이럴때만 '우리 직원'이라고 하는걸 보니 '우리'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포함을 누군가에게는 배제를 의미하는 건가. 나는 일할때도 지금의 반만 눈치를 쓰면 주변 직원들이 뒷처리를 안해도 될텐데라고 생각하며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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