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서점에서

by 김유정

회사가 끝나고 근처의 서점에 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형 서점이 가까이 있는 건 독자로서는 꽤 행운이라 생각한다. 종이책이든 아니든 정보를 보고 취득한 것을 사유하는 것은 꽤 근사한 취미라고 여기니까.

책을 본다는 것은 1차적으로 그 작가의 표현을 읽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누군가의 마음이라 생각하나 마음에 있는게 전부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이상 그것보다는 글로써 표현되는 외부적인 구조를 보는 것에 가깝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서점에서 보통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베스트셀러이다. 오늘도 천장에 달린 소개 광고들을 보며 분야 가리지 않고 베스트셀러 전시를 쭉 훑어본다. 내용이야 어쨌든 이게 지금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중적 책이군이라는 증거니까, 한번 보고 관심이 가는건 슬쩍 읽어 보기도 하고.

흔히 베스트셀러는 모두 매우 수준 높은 사람의 책일거라고 생각한다. 유명 작가 아니면 시험 합격, 돈 버는 법, 자기 계발 이런게 인기부류인데 사실 베스트셀러라는 걸 읽어보면 대중적이거나 그보다 약간 위의 정보를 찾는 사람들에게 맞춘 책이라는 느낌이 강한 편이다.


00상 수상 이러면서 마케팅을 하기도 하지만 일단 쓰는 이의 표현의 해상도를 읽어내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하고 즐기는 단계가 되는 것이니까. 쓰는 이의 해상도를 읽어내는 즐거움이라는 건 학교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생각해 보자면, 진짜 열정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경우에는 중간이 없는 것과 같다. 아주 어렵거나, 아주 쉽거나 둘뿐인 것처럼.


둘러보면 자기 계발과 돈 버는 법 두가지가 거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은 변함없다. 편하게 돈 많이 벌고 싶어요라는 복권 긁는 소리하는 사람들보다는 낫지만 언제부터 책이 돈벌려고 보는 수단이 되었나 싶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지. 회식 때 취미가 뭐냐길래 독서하고 음악 듣는다고 하니까 인생의 낙이 없다며 운동 같은 취미를 찾는 건 어떠냐던 부서장 생각나네.


자기 계발 관련을 좀 보다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사회과학 관련 그리고 과학쪽까지 쭉 보고 지하철 오가며 볼 걸 ebook으로 한권, 전문 서적과 주말에 볼 소설을 실물 서적으로 샀다. 군데군데 A가 추천하는 책 이러는 광고가 많은데 A가 진짜 그 분야 전문가라서 추천한건가 싶지만 보통은 그렇게 까지 보지 않겠지 생각했다. 연예인이 나 대신 먹어주고 만족한다고 내가 맛을 느끼는 것도 아니니까.


잠깐 앉았다 가야지 하고 자리를 옮기는데 서점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데가 카페라니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10분 정도 기다려 자리를 하나 잡고 주문하고 앉아 구입한 책을 읽어본다. 그러다가 옆자리에 앉은 커플이 인스타를 보며 A가 광고하는 두바이시리즈 먹어봐야지 이러는 걸 보고 있으니 이 사람들은 서점에 왜 온걸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음료 주문을 아메리카노 콜드브루 더블샷으로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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