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가지로만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가지만 채울 수 있다는 집념이
되려 반드시 한 가지를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처럼 남아
다른 한 가지가 그 공간을 다시 채우기 전까지
마냥 품고 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 공간에 들인 무언가를 지키려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으며
품어지지 않는데도 품으려 애쓰느라 골병이 나기도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 공간을 무언가로
구태여 채우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이제는
이미 떠나간 당신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또다시 구태여 비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