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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집 이야기 Aug 03. 2016

6월의 여름밤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의 시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베이커는 톰에게 결혼 전의 데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이렇게 묘사한다.


신부대기실에 갔더니 데이지가
꽃 장식을 한 드레스를 입고
6월의 여름밤처럼 아름답게 침대에 누워있었더라고.



6월의 여름밤은 어떠한가.

한 번도 6월의 여름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엄청나게 무감각한 인간이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다를 게 없었다.

눈이 오는 것은 교통체증의 신호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은 시간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아니었던가. 이런 성향은 어쩌면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지도 모른다.


초등 저학년 시절 어머니는 학교에 소환당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너무나 얌전하다는 이유였다.

나는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조차 않았다. 당시 선생님은 내가 무슨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장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얌전하고 소심한 아이였지만 실은 아이답지 않은 아이였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숨기는 법을 먼저 배웠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타고난 내 기질이 그러한 탓도 있고, 모친 집안의 겁쟁이 기질과 부친 집안의 무감각한 기질도 물려받았으며, 아픈 엄마로 인한 가정사까지 더해져 나를 표현하는 방법도 나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도 늘 어려웠다.

어렵다기보다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가장 쉽고 익숙한 건 배경처럼 존재하는 것이었다. 주변이 어떻게 변하든 말이다.


그런 나를 알아가고 내 감정을 표현해 내기까지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꽃이 피는 봄에 왜 사람들이 설레어하는지 눈이 내리는 날 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지 하나하나 알아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나를 돌아봐야 했으며 매일 밤 다른 꿈을 꾸며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매야 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는 6월의 여름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낮의 온도는 점점 오르지만 아직 뜨거운 더위는 맞이하기 전이라 얇은 긴팔을 입을 수도 있고,

가끔은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기도 하는

그런 6월의 여름밤 말이다.

밤에 산책을 나갈 때는 한 손에 가디건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8시가 넘어서도 꽤 밝아 혼자 걷기에도 부담이 없는 그런 날들이다.


6월의 여름밤에 혼자 공원을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6월의 여름밤 같은 데이지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일지... 개츠비를 다시 읽었을 때 발견한 이 표현에 나는 설레어했고 개츠비처럼 데이지를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개츠비는 자신만의 6월의 여름밤을 아사람이 아니었을까...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주변의 냄새를 맡고 공기를 느끼는 사람이 되어 가고 다.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인 꿈(밤에 잠들면 만나게 되는-꿈)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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