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의 시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베이커는 톰에게 결혼 전의 데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이렇게 묘사한다.
신부대기실에 갔더니 데이지가
꽃 장식을 한 드레스를 입고
6월의 여름밤처럼 아름답게 침대에 누워있었더라고.
6월의 여름밤은 어떠한가.
한 번도 6월의 여름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엄청나게 무감각한 인간이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다를 게 없었다.
눈이 오는 것은 교통체증의 신호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은 시간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아니었던가. 이런 성향은 어쩌면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지도 모른다.
초등 저학년 시절 어머니는 학교에 소환당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너무나 얌전하다는 이유였다.
나는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조차 않았다. 당시 선생님은 내가 무슨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장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얌전하고 소심한 아이였지만 실은 아이답지 않은 아이였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숨기는 법을 먼저 배웠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타고난 내 기질이 그러한 탓도 있고, 모친 집안의 겁쟁이 기질과 부친 집안의 무감각한 기질도 물려받았으며, 아픈 엄마로 인한 가정사까지 더해져 나를 표현하는 방법도 나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도 늘 어려웠다.
어렵다기보다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알아가고 내 감정을 표현해 내기까지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꽃이 피는 봄에 왜 사람들이 설레어하는지 눈이 내리는 날 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지 하나하나 알아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나를 돌아봐야 했으며 매일 밤 다른 꿈을 꾸며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매야 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는 6월의 여름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낮의 온도는 점점 오르지만 아직 뜨거운 더위는 맞이하기 전이라 얇은 긴팔을 입을 수도 있고,
가끔은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기도 하는
그런 6월의 여름밤 말이다.
밤에 산책을 나갈 때는 한 손에 가디건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8시가 넘어서도 꽤 밝아 혼자 걷기에도 부담이 없는 그런 날들이다.
6월의 여름밤에 혼자 공원을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6월의 여름밤 같은 데이지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일지... 개츠비를 다시 읽었을 때 발견한 이 표현에 나는 설레어했고 개츠비처럼 데이지를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주변의 냄새를 맡고 공기를 느끼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인 꿈(밤에 잠들면 만나게 되는-꿈)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