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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Dec 02. 2020

평화, 번영 그리고 시민

남북 공동발전을 위한 DMZ 평화지대 조성

1. 왜 DMZ인가?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DMZ는 병력과 중화기가 고도로 밀집하여 배치된 곳이다. 이곳은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DMZ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적대적 상태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공동으로 관리해 온 공간이다. DMZ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오랫동안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하였다. 이런 맥락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DMZ는 자연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되어 유지되어 오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과 함께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서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군사적인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이 발발할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하였다. 4·27 판문점 선언과 이후 9·19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 감시초소가 시범 철수하는 등 DMZ의 실질적 비무장화를 통해 평화지대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위해 우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교통 인프라 현대화라는 목표를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도 이루어졌다. 2018년 6월 26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 측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북측은 철도성 부상(우리나라 차관에 해당)이 참석하는 남북 철도협력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 사안을 논의하였다.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교통연결이 모든 사안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DMZ는 남북을 물리적으로 단절하고 있는 지역이므로 DMZ의 주요 교통 요충지에서 육로연결 사업을 우선하여 진행되는 것 또한 필연적인 수순이다.

교통연결 사업과 더불어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구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성과를 남북한뿐 아니라 주변국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현하는데 겪어왔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인 CNN 창립자인 테드 터너는 DMZ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보고 멸종 위기 동식물의 특별 보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일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자는 제안을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5년도에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제기한 바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며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고 냉전의 상징을 평화공원으로 변모시키는 제안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인 세계평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구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봄, 남북 정상이 DMZ에서 함께 한 도보다리 산책으로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선명한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TV로 생중계된 이 역사적 장면은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019년 두 차례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이 별 소득이 없이 끝나고 이어지는 양국 간의 냉담한 기류는 평화의 길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또한 확인시켜 주었다. 자연환경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담론을 현실화하여 이에 따른 혜택을 동북아 지역의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나누어 누릴 수 있는 계기를 DMZ 평화지대라는 틀로써 제안할 필요가 있다. 즉 대결과 분열의 상징인 DMZ를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기반으로 조성하여 이를 세계시민과 남북한의 후세들이 누릴 수 있도록 기획하도록 한다. 과거의 DMZ는 남북이 대치하던 공간이지만 미래의 DMZ는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갈 지역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이 힘을 합쳐 DMZ를 평화지대로 구축하여 공동번영의 초석으로 만드는 것은 절실하고도 당면한 문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서의 개성공단 확대, 철원평야를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혁명의 기반 구축, DMZ 평화올레 구축, 경의선,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 연결을 제시한다.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이곳을 지속 가능한 발전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아 계획한다면 남북과 인접한 국가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국경의 재해석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남북한처럼 장기간 분단 상태를 지속해온 상황에서는 소통 즉, 양쪽 진영의 사람과 물자 그리고 정보의 이동을 위한 교통 및 정보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과 상시적인 운영 보장이 다른 과제 이전에 구현하여야 한다. 이전 정부의 개성공단 협력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험을 비춰보면, 경제협력과 관광사업은 육로로 통하든지 바닷길을 이용하든지 모두 교통 접근 가능성을 전제조건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국가의 접경지역에서 산업·환경·관광 협력사업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위한 교통시설의 확충과 안정적 운영 확보가 우선적 과제이다. 

국경(國境)은 말 그대로 국가의 경계이다. 경계는 산맥의 능선이나 강과 같은 지리적인 선(線)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남쪽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국경이란 선이 아니라 점(點)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배를 타고 가더라도 항구라는 점적인 공간을 통해 국경을 넘나 든다. EU 출범 이후 국경의 의미가 느슨해진 유럽의 국가 간 이동은 마치 이웃을 다녀오듯 아무런 제약 없이 국경 이동이 가능하다. 선적(線的)인 의미의 국경에는 국가경비대 혹은 국경수비대와 같은 군인의 통제가 여전한 곳이 많다. 근래 히말라야 산맥의 중국-인도 간 경계에서 일어난 충돌에서 보듯이 무력분쟁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점으로서의 경계는 면세품 판매, 환전 및 환승과 같은 경제적 개념이 주를 이룬다. 여러 나라의 국경에서 군대의 경비나 물리적 분리를 위한 장벽이 존재한다. 또한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라는 절차가 필요하며 이를 통과해야 다른 나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그림 1]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국기하강식 세리모니

자료: BBC(2015), India and Pakistan's beautiful border ritual (사진 Credit: Getty),

http://www.bbc.com/travel/story/20150429-indias-bizarre-border-ritual


글로벌한 관점에서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대부분 경계를 둘러싸고 생긴 문제들이다. 댜오위다오(釣魚臺群島), 카슈미르, 포클랜드 제도(諸島) 등 역사적으로 국경 분쟁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러한 분쟁지역에서는 최근 중국-인도의 충돌과 같이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갈등의 강도가 심각한 경우도 허다하다. 오랜 갈등이 누적된 곳이기는 하나 분쟁과는 차별성 있는 국경이 있으니, 인도-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와가(Wagah)이다. 이곳은 양쪽 진영의 오랜 대립 결과가 어떤 의미에서 관광 문화로 정착된 곳이다. 매일 이곳에서 진행되는 양 국가의 국기 하강식은 서로의 자존심 경쟁으로 인해 하강식 자체가 예술적으로 변모하여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보기 위해 하강식이 진행되는 시간에 맞춰 수많은 관광객이 국경 근처로 운집하여 양측 군인이 진행하는 하강식을 관람한다. 양측 국경수비대는 예전보다 공격성이 순화되기는 했으나 서로의 자존심을 한껏 세운 하강식 세리머니를 퍼포먼스 하듯 펼친다. 적대적 국가 간의 경계가 지니는 팽팽한 긴장감은 유지한 상태이지만, 그 자체가 관광객을 흡인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국경이 가지는 상징성과 관광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협력관계에 있는 접경지역은 남미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국의 경계에 있는 도시들이 서로 자유로이 왕래하며 공존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세 국가의 경계에는 이과수 강과 파라냐강이 흐르고 각 국가의 접경에는 푸에르토이과수(아르헨티나), 포스두이과수(브라질) 그리고 시우다드델에스테(파라과이)라는 세 도시가 서로 인접해 있다. 이 지역에는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체계가 잘 발달하여 서로의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시우다드델에스테는 파라과이 제2의 도시로 상업 중심지이다. 파라과이는 소비세가 없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값싼 쇼핑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도시 전체가 시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수많은 상점과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시우다드델에스테로 운행하는 버스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국경 근처로 갈수록 붐비기 시작하여 정작 우정의 다리(브라질-파라과이 국경인 파라냐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건널 때쯤에는 만원 버스를 방불케 한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트럭, 자동차, 시내버스 등 온갖 차량으로 붐비고 마치 명절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처럼 차들이 늘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우정의 다리는 인도교를 겸하고 있어 유려한 다리의 아치를 감상하며 유유히 걸어서 넘을 수 있다. 상당수의 방문자가 걸어서 이 국경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국경은 다만 상징으로 존재할 뿐이다. 우정의 다리 가운데 브라질과 파라과이 경계가 선명한 색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들 도시가 한 경제권을 형성해 기능하고 있다.

국경지대가 경제의 중심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통망 구축이 선제조건이다. 통행에 따른 국경 통과 및 통관은 간소화 또는 절차의 생략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개발과 관광수요를 연계하여 이에 걸맞은 교통망과 수단 제공이 필요하다.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DMZ의 활용 측면에서 시사점을 3국 접경지역 도시의 역할분담과 교통 연결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3. DMZ 평화지대를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현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집권 초기부터 높은 우선순위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노력해 왔다. 2017년 7월에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그리고 이어진 베를린 선언 등에서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간 대화가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남북미가 함께 3자 판문점 회동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남북교류 활성화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하였다. 구체적으로 철도 연결 등 당면과제를 위한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는 등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져 왔다. 비록 지금은 북미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남북미 모두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협상과 이에 따른 협력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이제 이러한 내용을 구체화하여 실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그리고 ‘접경지역 평화벨트’라는 3대 벨트를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를 H형태의 교통·물류축으로 구성하고 이 세 가지 축을 철도·도로망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여기에 각 축별로 전문화된 산업과 연계하여 한반도의 남북을 아우르는 신경제지도를 제안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의 일환으로 개최된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에서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 (문산~개성)과 동해선 연결구간 (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조사를 우선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철도신호 및 통신 개설 등 후속 조처를 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산업단지 및 관광지구 등 공간개발은 교통 접근성 제고, 다른 표현으로 교통 연결성 확보와 함께 추진돼야 원래의 목적을 살릴 수 있다. 2019년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모든 산업에 선행하여 교통 연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요소인 3대 벨트 구축에는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교통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분단되기 이전 철도망은 서울로부터 신의주와 원산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경원선의 운행 역사가 있다. 또한, 동해안에는 동해북부선을 연장해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는 구상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척시켜 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 환경친화적 관광을 아우르는 공간개발 개념을 접근 교통 계획과 병행시켜 진행하여야 한다. 한반도의 H축 철도 교통망은 고속화로 계획하고 남북 전역에서 H축으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연계교통 종합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를 통해 거리로 인한 이동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한반도 철도망의 재건은 시대가 요구하는 공간발전 개념을 접목하여 공간계획과 교통 접근성 확보를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선언적인 의미의 개발 방향이다. 이를 실현하는 구상은 남북이 공동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협력하여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더불어 인접한 다른 국가들 또한 이러한 계획에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사업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한반도 신경제 지도 3대 벨트 (자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3.1.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서의 개성공단 확대   

개성공단은 2004년 본격적 가동 이래 2016년 조업이 중단되기까지 11년간 운영되었다. 1단계 100만 평에 대한 개발이 완료되어 125개의 기업이 입주하여 계획 대비 약 40%가 가동하였다. 개성공업지구 개발 총계획에 따르면 1단계 이후 3단계까지 개발 계획이 이루어질 경우 총면적 약 2,000만 평으로 이는 서울의 약 1/10에 해당하는 규모이고 공장구역이 약 600만 평, 생활·관광·사업구역이 300만 평 그리고 개성시 및 확장구역이 1,100만 평에 이르게 된다. 2005년 발표된 현대아산의 “개성공업지구 개발 총계획”에는 개성 신시가지 계획을 포함하여 개성지역을 기업중심 복합기능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규모의 적절성 및 투자금에 대한 실현 가능성 등에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도 있으며, 무엇보다 내용적으로 개발계획 자체가 공업지구라는 산업화 시대의 발전 논리 갇혀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통일연구원이 작성한 “개성공단 운영실태와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개성공단의 적정 개발 규모는 노동력 조달 가능성, 통행·통신·통관의 3통문제, 재원조달 및 수익성 확보, 북한 당국의 수용성  등을 고려하여 적정 개발 규모가 제시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개성공단을 시발점으로 북한지역의 개발전략과 연계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북한의 국가경제개발총국에서 수립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서 제시된 전략적 목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면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주요 목표이다. 농업개발 및 주요 기간 인프라 및 에너지 산업 확충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이다. 더불어 매년 제시되고 있는 전략목표의 변화를 고려하여 개성공단의 재가동에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산업 구성 및 협력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개성공단 재개시 지난 11년간 운영해온 2차 산업 중심의 노동 집약적 산업의 생산성 향상 기법과 내용을 북한의 다른 지역 공단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북한 측이 타 공업지역의 실질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단계 지역 확장에는 현재 활발히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 응용 분야를 실험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농업분야의 경우 스마트팜과 같은 데이터와 AI기법을 응용하여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위한 연구단지 등 우리나라에도 필요하고 농업생산성 향상이 절실한 북한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연구단지 조성을 제안한다. 기존의 2차 산업에 대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자동화 기반의 공장 설비 등 단순 조립 인력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시설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4차 산업용 인재개발 내용도 함께 추가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핵심기술의 적용 산업과 인재양성을 위한 기반 등을 개성공업지구 2단계 확장 시 함께 제안하도록 한다.


3.2. 철원평야를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혁명의 기반 구축

농업의 스마트화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북한도 스마트농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외 식량 의존도가 높은 남북은 공히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차원에서의 전략적으로 스마트 농업으로의 진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을 타개하고 농업기술 고도화 및 자동화를 통해 첨단기술의 집약으로 이루어진 스마트팜(Smart Farm)으로의 전향이 필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인 2013년 신년사를 통해 과학기술 혁명을 통해 경제 강국 건설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이는 선대의 과학기술 중시 사상을 승화 발전시켜 향후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지식경제 산업으로 북한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진화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노동신문의 보도로는 2019년 6월 평양남새과학연구소의 지능형 온실에서 각종 채소(남새)가 생산되고 있다. 또한 원격 강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여 농업현장에 적용하는 등 농업의 스마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을 농업분야에 적용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농업의 스마트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제정세의 불안정화가 가속화될 경우 식량 주권의 확보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로 식량 자급화를 위한 물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 또한 영농분야에 ICT와 AI 도입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량주권의 확립이라는 정당성과 밥상에 올라가는 쌀을 남북이 함께 생산하는 명분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농업 분야의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은 작물이 생장하기 위한 전답을 기반으로 하기에 토지 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DMZ와 같은 기존의 이해관계가 없는 곳 그리고 예로부터 경작지로 토질의 우수성과 농업용수공급이 원활한 곳이 협력 부지로 적절하다. 또한 농업의 무인화, 자동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을 ICT와 AI를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실현한다. 이러한 신기술을 용이하게 접목하고 효과적으로 남북의 농업에 전파할 수 있는 지역인 DMZ의 철원평야지대 지정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철원평야는 강원도 철원군과 북한의 평강군을 포함하는 용암대지를 기반으로 한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가장 넓은 평야이며 현무암이 풍화된 비옥한 토양은 논농사에 적합하다. 지금도 철원오대쌀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며 이 지역에서 생산한 쌀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높다. 궁예가 후고구려 건설의 도읍으로 철원평야지대를 선택한 것은 이와 같은 농업경제력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4차 산업의 또 다른 전진기지로서 남북한이 DMZ 걸쳐 공유하고 있는 철원평야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혁명을 시도할 것을 제안한다. 남쪽이 기존에 축적한 스마트 영농기술과 자본을 투입하여 북쪽과 협력하여 DMZ에 걸친 철원평야에서 무인 트랙터와 드론 그리고 첨단 ICT를 기반으로 경작되는 스마트팜을 실현은 남북협력의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하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3. DMZ 평화올레 구축 

DMZ는 분단의 상징인 장소이며, 또한 동시에 남북 양측이 비록 적대적인 상태였으나 공동으로 관리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라는 공동 관리 공간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해 왔고,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한 자연생태계가 복원돼 유지된 곳이다. 이런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세계사적으로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곳을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구도의 길로 구축해, 한반도의 모든 시민과 세계인들이 분단의 상징인 국경을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지혜를 모으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접경지역을 남북이 공동으로 협의해 관리하는 ‘접경지역 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남북 간 화해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낮은 단계의 그렇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한다. 남북 접경지대를 포함하여 남북 공동의 협의를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의 3대 벨트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교통 연결성이다. 이 가운데 접경지역 평화벨트에 ‘DMZ 올레’ 또는 ‘DMZ 평화의 길’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의 DMZ는 지구 상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밀집하여 배치되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전면전으로 확전(擴戰)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DMZ 경계근무는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GP/GOP에서 이루어진다. 남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 경계근무는 철책선을 따라 도보로 이루어지고, DMZ 내 GP에서의 수색과 정찰 업무도 보행로를 따라 수행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분단의 현장인 DMZ는 이미 군인들에 의해 수색로 및 탐색로가 구축되어 있어 걷기를 위한 트레킹 루트가 확보되어 있다. 이곳을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물리적 요소를 갖추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역사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기획하여야 한다. 하지만 DMZ 올레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골은 높고도 깊다. 개성공업지구 개발을 합의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북한 측에서 군부대를 개성시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일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남북 군사 당국이 DMZ 평화의 길 구간의 군병력과 부대에 대한 후방 배치에 대해 동의하여야 한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이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실제적인 효과를 수반한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평화의 올레를 구축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연말 DMZ 내 GP(감시초소)의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고 관련 시설물을 철거하는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상징적 의미에서 몇 개의 GP를 철거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DMZ 내 GP를 전면적으로 철거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재생하여 평화적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구상할 필요가 있다. ‘DMZ 평화올레’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성공단 개발이 북측의 군부대를 후방으로 이전함으로 가능하였듯이, DMZ 평화올레의 조성은 남북 군사 당국이 이 구간에 대한 안전한 통행을 보장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 조성사업이 상징을 넘어 실질적인 평화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에 평화의 길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쉼터와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위한 시설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설 수요를 기존의 GP시설물을 재생하여 활용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데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역사의 한 장면이었던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장을 DMZ 평화올레의 출발점으로 하고, 이곳 GP와 병영시설을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순례자를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본다.


3.4. 통일 혜택으로서의 남북 철도 연결

대중교통 체계에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라는 개념이 있다. 지하철과 같은 대량 수송수단이 허브(Hub) 역할을 하고 지선버스나 마을버스가 스포크(Spoke, feeder line이라고도 부르며 지하철역이나 환승센터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역할)를 담당하여, 두 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기능해야 대중교통의 운송 효율이 극대화된다. 대중교통의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철도를 이용한 대중교통 공급은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므로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여 보조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도 이러한 허브 앤 스포크 개념을 적용하여 경의선,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의 남북 연결이 상징적 조치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여객수송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향후 개성공업지구가 재개되고 2단계 확장공사에 대비하여, 개성지구의 통근 및 방문객 교통수요 그리고 물류수송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연결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즉 북한 쪽에는 개성시와 그 배후지에서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출퇴근이 용이하도록 간선-지선 연결 시스템 개념의 대중교통체계를 계획하여 적용한다. 더불어 남쪽에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문, 개성시내 관광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여객 운송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철도 연결이라는 대규모 투자사업이 적정 수요를 창출하여 통일을 위한 철도 투자가 비용으로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여객 운송과 물자 수송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남북 교통 연결사업을 비용으로 고려하는 접근방식에서 첨단산업단지 개발 및 관광사업과 연계한 교통사업으로 기획하여 비용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 수익 또는 통일 혜택의 개념이 널리 퍼지도록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림 3] 남북철도 연결사업 현황

(출처: 파이낸셜 뉴스 http://www.fnnews.com/news/201805151730519704, 원자료: 국토교통부)


개성공업지구와 같은 제2의 경협사업의 후보지로 철원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 있다. 태봉국 도성이 송악(지금의 개성)에서 철원으로 옮겨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명한 철원오대쌀이 생산되는 드넓은 곡창지대가 인근에 펼쳐져 있다. DMZ 내 남북에 걸쳐 있는 옛 도읍지 규모는 한양도성에 버금가며, 이를 남북 학자들이 공동 발굴하는 것 또한 남북협력사업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복원되는 경원선은 옛 노선이 도성터를 가로지르고 있으므로 이 유적지를 우회하여 신규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을 연결하는 3축의 철도 노선은 경제협력, 인력교류, 문화재 발굴, 자연자원 보존, DMZ 올레 등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동해선 연결의 경우 남측 구간인 강릉에서 제진 110.9km 구간이 현재 미연결 상태이나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조기 착공할 계획임을 판문점 선언 2주기가 되는 2020년 4월에 밝혔다. 동해선 연결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고려하자면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연결이 오히려 타당성이 높을 수 있다. 경원선 연결을 통해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과 연결할 경우 유라시아 대륙 철도 여행의 혜택을 수도권이 직접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속철도로 연결된 한반도 전역은 이러한 시베리안 횡단철도 연결로 인해 잠재적인 수요층이 될 것이다. 더불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경원선 연결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계획이 될 것이다. 


4. 평화와 번영의 중심 사람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으로 인한 군인들의 피해는 사망, 부상, 실종, 포로를 포함하여 2백5십만 명이고 민간인의 인명피해는 남북한이 각각 백만 명에 달한다. 

 1950년에 시작한 전쟁이 휴전이 발효된 1953년까지 4백5십만 명 가까운 인명의 희생이 있었다. 유엔군과 중공군을 빼더라도 희생자는 당시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한 가족이 5명이라면 가족 중 1명은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당했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상흔은 아직도 한반도의 곳곳은 남아 있다. DMZ에는 아직 유해 발굴이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북측에서 발굴된 남측 병사의 유해가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송되기도 하였다. 한국전쟁은 유라시아 대륙 세력과 미·영 해양패권 세력의 대립의 접점이었던 한반도에 죽음의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후 다시 두 세력은 휴전으로 타협한 상태로 전쟁도 아니고 종전도 아닌 애매한 상태인 분단을 한반도에 강제한 채 미완의 평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금의 한반도 분단체제는 열강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타협하여 강제한 완충 시스템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비극적 역사와 분단의 해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거대한 두 세력의 극적인 합의에 따른 선물로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냉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사안을 공간계획 그리고 교통계획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우리는 개성공단으로 인한 실질적 이익이 남쪽 기업과 자본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6년 조업 중단 이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공단 재개를 요청해 온 것으로 이것을 증명할 수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 전 입주기업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2017.2.9. p. 6.

. 한반도의 남북 구성원들이 평화 체제의 실현을 염원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펼쳐져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은 다수 대중이 의견을 표출하고 수렴해가는 집단지성의 과정이다. 여론은 사안의 합목적성과 긴급성에 따라 촛불집회와 같은 목표 지향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남북 지도자의 도보다리 산책을 시민이 참여할 기회로 확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남북의 시민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도보다리 산책을 참여할 수 있도록 DMZ 평화올레를 만드는 일에 남북이 협력하는 것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집단지성의 과정이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를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2020년 10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라고 연설하였다. 판문점 선언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타계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북쪽과 국제사회를 향해 보내고 있다. DMZ를 강제된 완충지가 아닌 남북이 힘을 합해 주도하는 자주적인 평화지대로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제안한 내용은 남북이 협력하여 공동의 선익(善益)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이며 이러한 공생공영의 가치를 추구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협력의 과정에서 냉전체제에서 이익을 점하였던 구세력과 새롭게 등장한 세력 사이에 긴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냉전’에서 ‘평화’로의 전환은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적 협력’으로 균형추가 이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짐 로저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가 금강산에 리조트를 보유한 한국 기업의 사외이사로 등장한 점은 ‘이익의 균형점 이동’이라는 동향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다. 이 신호를 따라 군산복합체라는 소수의 이익 독점자로부터 경제협력이라는 다수의 이익 공유자로 힘의 중심점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북미 간 대화가 소득 없이 종결되어 다소간 평화 체제의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평화가 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득이 냉전체제의 그것보다 크다는 점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현실로 드러난다면 평화로의 이행은 자명하고 필연적이다. 구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소수세력에서 민간의 경제 교류와 개발 협력으로 이익의 주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쥐고 있던 기득권을 놓아야 하는 구체제는 전열을 정비하고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의 정부 앞에는 이러한 평화로의 전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예견되는 갈등을 조율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어렵지만 이 조율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과거 냉전으로 발생한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었으나 현재 추진하는 평화 체제와 경제협력의 과실은 다수에게 돌아가는 구도라는 점이다. 냉전이 가져온 분단체제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 체제로 가는 길에서 갈등을 뛰어넘고 역사와 사회의 변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평화에 대한 깨어있는 의식과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민주주의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 주체로 참가하는 다수 대중, 특히 깨어있는 시민들이 평화를 실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일상에서 평화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도보다리 산책의 시민 참여로 시작하자. 

이러한 제안이 가능한 것은 남북 군사 당국이 판문점 선언 이후 수차례에 걸친 회담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DMZ 내 군사 시설과 장비에 대한 실질적인 무장해제를 통해 휴전선이라는 냉전 공간이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도보다리 산책의 공간적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DMZ 전역에 ‘평화올레’가 놓이기를 기원한다. 도보다리 산책이 일상화되고 이를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은 평화 체제를 다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민들이 남북 정상이 시작한 도보다리 산책을 삶의 일상에서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역사적,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지속 가능한 환경·산업·관광 지대로 거듭나고 그 열매가 남북한 그리고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작동한다면, 이는 세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가 종식하고 시민을 위한 평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인류사적 전환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DMZ에 평화의 주춧돌인 경협사업을 추진하고 남북 모든 지역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 교통망을 구축하고, 걸어서 분단의 상징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MZ는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냉전 시대에 전쟁 억제라는 역할을 넘어서서, 이제는 세계인을 위한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 평화 체제의 구축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로 그 공적인 역할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지자의 말처럼, GP와 GOP의 경계초소와 군인 막사를 순례자와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세계인을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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