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흔히 마로니에 혹은 칠엽수라고 부르는 Horse Chestnut 몇 그루가 근무하는 OECD 경내에 심어져 있다.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 초까지 개별 꽃잎은 작고 아담하나 무리 지어 피어 크고 탐스러운 꽃다발이 원추 모양으로 나무 전체를 뒤덮다시피 한다. 가까이 보기에도 좋고 멀리서도 나뭇가지 가득 달린 꽃송이가 바람이라도 불어 흔들리면 보기가 좋다. 파리의 가로수들이 높직높직한 칠엽수 들로 도열하고 있어 이맘때 꽃송이를 가득 달고 있는 가로수 사이를 걷노라면 꿈꾸는 듯하다.
그 꽃들이 오늘 봄바람에 날려 산책하는 가운데 꽃비를 맞게 되었다.
아름다운 자태의 꽃들이 산책하는 길을 가득 덥고 있어 황송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꽃길.. 그 길을 걷는 자는 설레고 기쁘고 그리고 약간은 두려움이 섞여 이 황홀함을 어쩔 수 없다.
파리에 막 파견을 나왔을 2017년 9, 10월 한반도는 격랑이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함께 거치고 험악한 언사로 온 세계의 미디어를 도배하다시피 하던 시절 나는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강요하곤 하였다. 그때에도 오늘과 같이 이 길을 걸으며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독일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동서독 간의 교류의 양이 어떻게 증가하였는지를 살펴보면 1990년 독일의 재통일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교류가 핵심이다. 사람이 오가고 물자가 오가고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오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 되리라. 길(路)은 사람과 차가 다니는 물리적인 요소임에 분명하고 또한 평화로 나아가는 길(道) 임에도 분명하다.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 간의 만남은 이 길(道, 路)을 여는 마중물을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 도도한 역사의 흐름 앞에 문익환 목사님이 계셨고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도 잊지 않으리라.
작년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애절한 마음으로 인용하였던 Yeats의 시구를 오늘은 벅차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읊는다.
오늘의 사족: 이 글은 OECD로 파견 나와 8개월 정도 지났을 2018년 봄에 쓴 글이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 기고한 도보 다리 산책을 시민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이 글의 연장선에 있다. 오늘 OECD로 파견 와서 썼던 글들을 찾아 읽으며 2년 전 막막했던 상황을 생각하며 다시 평화를 향한 의지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