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올레

남북 접경지역 공동발전을 위한 제언

by 무위

1. 2019년 ITF 교통장관회의 주제는 Transport Connectivity(교통 연결)

ITF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는 매년 회원국 교통장관이 참석하는 연례 Summit(이하 교통장관회의로 표기)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한다. 2019년에 열리는 교통장관회의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역할을 하며 주제는 “교통 연결성을 통한 지역통합(Transport Connectivity for Regional Integration)”이다. 통상 교통장관회의 의장국 선임과 주제 결정이 3년 전에 이루어지는 관례로 비추어 보면, 한반도에서 정전협정 이후 냉전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는 현재 상황에서 교통장관회의라는 중요한 국제회의에 우리나라가 의장국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참으로 시점상 절묘하다.

2018년에 열린 교통장관회의는 74개국에서 1,300명이 넘는 정부 당국자, 교통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특히, 고위급으로는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40명의 교통 관련 장·차관이 참석하였다. 유러피언 커미션, UNECE, 월드뱅크 등 다수의 국제기구도 공식 파견단을 보냈다. 사흘간 열린 회의 기간 동안 4번의 장관 라운드 테이블, 25개의 주요 세션, 10번의 공식 side events 등을 포함하여 다수의 양자, 다자간 회담이 개최되었다. 교통장관회의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3년 동안을 거쳐 오며 명실상부한 교통분야 국제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4.27 선언 즉,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사항을 남북 정상 간 합의로 발표하였다. 4.27 선언에 남북은 다방면에 걸쳐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교통 인프라 현대화라는 구체적인 교통부문의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2018년 6월 26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 측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북한은 철도성 부상(우리나라 차관에 해당)이 참석하여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 사안을 논의하였다. 교통연결 사업이 모든 경제협력 사업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교통 연결성을 테마로 하여 세계 주요 교통 장관과 고위 정부 당국자, 교통정책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뜻깊고 의미 있는 일이다. 내년 교통장관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교통 연결성 제고와 그 추진방안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공식적인 세션 주제로 채택하여 논의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한반도 신경제지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집권 초기부터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이 비전 실현에 매진해 왔다. 2017년 7월에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그리고 이어진 베를린 선언 등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였다.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간 대화가 올해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남북교류 활성화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철도 연결 등 당면과제를 위한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는 등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지고 있다.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그리고 ‘접경지역 평화벨트’라는 3대 벨트를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를 H형태의 교통·물류축으로 구성하고 이 세 가지 축을 철도·도로망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이 기본골격이다. 여기에 각 축별로 전문화된 산업과 연계하여 한반도의 남북을 아우르는 신경제지도를 제안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의 일환으로 개최된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에서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 (문산~개성)과 동해선 연결구간 (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조사를 우선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철도신호 및 통신 개설 등 후속 조처를 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한겨레신문 2018년 6월 26일, ‘남북 7월 24일부터 경의선 북쪽 구간 공동조사… 이어서 동해선도’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50662.html)

한반도 신경제구상 3대 벨트 (자료: 통일부,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

산업단지 및 관광지구 등 공간개발은 교통 접근성 제고, 다른 표현으로 교통 연결성 확보와 함께 추진돼야 원래의 목적을 살릴 수 있다. 이번 남북 교통 고위급 회담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모든 산업에 선행하여 교통 연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요소인 3대 벨트 구축에는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교통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서울로부터 신의주와 원산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경원선의 역사가 있다. 또한, 동해안에는 동해북부선을 연장해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는 구상을 이미, 이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척시켜 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원, 물류, 산업단지 및 생태관광을 아우르는 공간개발과 접근 교통망계획을 병행시켜야 한다. 이 H축의 교통망은 고속철도급으로 구축하고 한반도의 모든 지역에서 H벨트로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종합 계획을 세워 거리로 인한 이동 시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통행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위해 연결구간 공동점검 등의 실무적 조치 다음에는, 한반도 교통 연결성 확보를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남북이 협력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국경의 재해석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남북한처럼 장기간 분단 상태로 지내온 상황에서는 소통 즉, 양쪽 진영의 사람과 물자 그리고 정보의 이동을 위한 교통 및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과 상시적인 운영 보장이 다른 과제 이전에 선결되어야 한다. 이전 정부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경험을 비춰보면, 경제협력과 관광 사업은 육로로 통하던지 바닷길을 이용하던지 공히 교통 접근성이 제공돼야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접경지역을 이용한 자원·산업·환경·관광 벨트 구축계획도 이용할 사람들을 위한 교통시설의 확충과 안정적 운영 확보가 우선적 과제이다. 더불어 가장 인간적인 통행방식인 걷기가 DMZ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국경(國境)은 말 그대로 국가의 경계이다. 경계는 산맥의 능선이나 강과 같은 지리적인 선(線)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국경은 선이 아니라 점(點)으로 다가온다. 타국으로의 여행은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배를 타고 가더라도 항구라는 점적인 공간을 통해 다른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적인 의미의 국경에는 국가경비대 혹은 국경수비대와 같은 군인의 통제가 보편적이다. 반면 점으로서의 경계는 면세품 판매, 환전 및 환승과 같은 경제적 개념이 주를 이룬다. EU 출범 이후 국경의 의미가 느슨해진 유럽 국가들 간의 이동은 마치 이웃 마실 다녀오듯이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의 국경에서는 군대의 경비 그리고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고,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만 출입국이 가능하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대부분 경계를 둘러싸고 생긴 문제들이다. 댜오위다오(釣魚臺群島), 카슈미르, 포클랜드 제도(諸島) 등 역사적으로 국경 분쟁 지역으로 분류되고, 이러한 분쟁지역은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많은 경우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갈등의 강도도 심각하다. 오랜 갈등이 누적된 곳이기는 하나 분쟁과는 차별성 있는 국경이 있으니, 인도-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와가(Wagah)이다. 이곳은 양쪽 진영의 오랜 대립 결과가 어떤 의미에서 관광 문화로 정착된 곳이다. 매일 이곳에서 진행되는 양 국가의 국기 하강식은 서로의 자존심 경쟁으로 인해 하강식 자체가 예술적으로 승화하여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보기 위해 하강식이 있기 전 수많은 관광객이 걸어서 국경 근처로 이동한다. 양측 국경수비대는 예전보다 공격성이 순화되기는 했으나 서로의 자존심을 한껏 세운 하강식 세리머니를 퍼포먼스 하듯 펼친다. 적대적 국가 간의 경계가 지니는 팽팽한 긴장감은 유지한 상태이지만, 그 자체가 관광객을 흡인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국경이 가지는 상징성과 관광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와가 Border Ceremony 관련 링크: https://youtu.be/QZOb5tqYu-M)

남미 3국 접경도시 (자료: 구글맵, https://www.google.co.kr/maps/@-25.5736926,-54.5770451,13z?hl=en)

이와 달리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국 접경 지역의 경우 국경을 서로 접한 도시들이 서로 자유로이 왕래하며 공존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세 국가의 경계에는 이과수 강과 파라냐 강이 흐르고 각 국가의 접경에는 푸에르토이과수(아르헨티나), 포스두이과수(브라질) 그리고 시우다드델에스테(파라과이)라는 세 도시가 서로 인접해 있다. 이 지역에는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체계가 잘 발달되어 서로의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시우다드델에스테는 파라과이 제2의 도시로 상업의 중심지이다. 소비세가 없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값싼 쇼핑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도시 전체가 시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수많은 상점과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운행하는 버스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국경 근처로 갈수록 붐비기 시작하여 정작 우정의 다리(브라질-파라과이 국경인 파라냐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건널 때쯤에는 만원 버스를 방불케 한다. 국경의 도로는 트럭, 자동차, 시내버스 등 온갖 차량들도 붐비고 마치 명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처럼 차들이 늘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두 나라를 잇는 다리는 인도교를 겸하고 있어 유려한 다리의 아치를 감상하며 유유히 걸어서 넘을 수 있다. 상당수 방문자들이 걸어서 이 국경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국경은 다만 상징으로 존재한다. 우정의 다리 가운데 브라질과 파라과이 경계가 선명한 색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들 도시가 한 경제권을 형성해 기능하고 있다.

4. 경의선,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

대중교통 체계에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라는 개념이 있다. 지하철과 같은 대량 수송수단이 허브(간선 수송) 역할을 하고 지선버스와 마을버스가 스포크(바큇살, feeder line이라고도 부르며 지하철역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역할)를 담당하여, 두 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기능해야 대중교통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 개념을 유사하게 차용하여 남북 철도 연결이 상징적 조치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대량 여객수송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즉 개성공업지구가 재개되고 2단계 확장공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가정하여, 이에 걸맞은 대중교통체계로서 철도 연결사업 구상이 필요하다. 즉 북한 쪽에는 개성시와 그 배후지에서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추어 교통체계를 디자인하고, 이와 더불어 남쪽에서는 DMZ올레 및 개성시내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수송체계를 설계하여야 한다. 철도 연결이라는 대규모 투자사업이 적정 수요를 창출하여 통일을 위한 철도 투자가 적자가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야 한다. 즉, 통일비용이 통일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본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 현황(출처: 파이낸셜 뉴스, http://www.fnnews.com/news/201805151730519704, 원자료: 국토교통부)

동해선 연결의 경우 남측 구간인 강릉에서 제진 104.6km 구간이 현재 미연결 상태이고 사업비도 2조가 넘는 대규모 공사이다. 제3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이 구간 건설이 반영되어 있으나, 경제성 확보를 이유로 그간 진전이 없다가, 올해 남북 협력과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한축으로 떠오르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고려하자면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연결이 오히려 우선순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경원선 연결을 통해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과 연결할 경우 유라시아 대륙 철도 여행의 혜택을 수도권이 직접 받을 수 있다. 물론 KTX로 수도권과 연결된 한반도의 여러 지역들도 잠재적인 수요층이 될 것이다. 더불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경원선 연결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계획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개성공업지구와 같은 제2의 경협사업의 후보지로 철원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 있다. 태봉국 도성이 송악(지금의 개성)에서 철원으로 옮겨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명한 철원오대쌀이 생산되는 드넓은 곡창지대가 인근에 펼쳐져 있다. DMZ 내 남북에 걸쳐 있는 옛 도읍지 규모는 한양도성에 버금가며, 이를 남북 학자들이 공동 발굴하는 것 또한 남북협력사업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복원되는 경원선은 옛 노선이 도성터를 가로지르고 있으므로 이 유적지를 우회하여 신규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을 연결하는 3축의 철도 노선은 경제협력, 인력교류, 문화재 발굴, 자연자원 보존, DMZ 올레 등 접경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5. DMZ vs. 올레

DMZ (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는 분단의 상징인 장소이며, 또한 동시에 남북 양측이 비록 적대적인 상태였으나 공동으로 관리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라는 공동 관리 공간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해 왔고,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한 자연생태계가 복원돼 유지된 곳이다. 이런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세계사적으로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곳을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올레(평화의 걷는 길)’로 구축해, 한반도의 모든 시민과 세계인들이 분단의 상징인 국경을 걸어서 넘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접경지역을 남북이 공동으로 협의해 관리하는 ‘접경지역 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은, 남북 간 화해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바람직한 접근방법이다. 통일 담론이 사회 각 분야에서 전개되고 다양한 제안이 현실화되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모든 논의의 가장 기본 또는 근간은 서로 간의 왕래 즉 교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 접경지대를 포함하여 남북이 공동의 협의를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3대 벨트로 구축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교통 연결성이다. 이 가운데 접경지역 평화벨트를 위한 ‘DMZ 올레’ 또는 ‘DMZ 평화의 길’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의 DMZ는 지구 상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밀집하여 배치된 그야말로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전면전으로 확전 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DMZ 경계근무는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GP/GOP에서 이루어진다. (GP, Guard Post: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 비무장지대 내부에 존재하는 경계초소로 벙커를 포함하여 지어진 콘크리트 요새로 30-40명 규모의 수색중대가 주둔한다. GOP, General Out Post: 휴전선 철책(남방한계선)을 지키는 일반전초기지로 경계부대가 근무하며 1-3km 정도의 철책선을 1개 소대가 순찰하며 철책선 중간에 설치된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선다) 남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 경계근무는 철책선을 따라 도보로 이루어지고, DMZ 내 GP에서의 수색과 정찰 업무도 보행로를 따라 수행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분단의 현장인 DMZ는 군병력이 가장 밀집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미 걷기 좋은 길을 구축하여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는 물리적·환경적·역사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DMZ 올레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상당하다. 개성공업지구 개발할 때 북한 측에서 군부대를 개성시 뒤로 물린 것과 유사하게, 남북 군사 당국이 DMZ 올레 예정구간의 군병력과 부대에 대한 후방 배치에 대해 동의하여야 한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이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실제적인 효과를 수반한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을 평화의 올레로 구성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 분단의 극복

분단의 극복은 하루아침에 문득 이루어지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합리적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로 DMZ 평화의 길과 같은 남북 협력 사업을 통해 공동의 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DMZ에 평화의 주춧돌을 놓고 남북 모든 지역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연결 교통망을 구축하고, 걸어서 분단의 상징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MZ는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냉전시대에 전쟁 억제라는 역할을 넘어서서, 이제는 세계인을 위한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 평화체제의 수호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로 그 공적 역할을 더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선지자의 말처럼, GP와 GOP의 경계초소와 군인 막사를 순례자와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세계인을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 나기를 꿈꾸어 본다.


#DMZ #평화 #올레 #판문점선언


오늘의 사족: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교통’에 실린 글이다. 4.27 판문점선언 1주기를 앞두고 ‘평화를 내 손으로’라는 화두에 얼마나 천착을 해왔나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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