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 올레_두번째 글
DMZ 내 군사시설의 전면적 철거보다 기존 병영시설을 적극 활용하자!
작년 연말 DMZ(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중 시범 철수 대상인 22개 GP의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불어 남북 당국은 시범 철수하는 GP에 대한 시설물 파괴와 철거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양측에 존치하기로 각 1개씩의 GP를 제외하고 20개를 파괴하기로 하였다. GP의 시설물을 물리적으로 철거하는 작업이 사진으로도 보도되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병력과 무기를 철수하고, 상징적 의미로 몇 개의 GP를 철거하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DMZ 내 GP를 전면적으로 철거하기보다는 기존 시설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평화와 통일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한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높은 우선순위로 이 비전 실현에 매진해 왔다. 지난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DMZ 내 GP 철수 조치는 이 선언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졌다.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반도 신경제 지도에서 H형태의 교통·물류축으로 한 3대 벨트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해안에는 산업·물류·교통 벨트, 동해권에는 에너지·자원 벨트 그리고 중부권인 남북 접경지역에는 DMZ를 활용한 평화벨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 세 축을 특화된 전문 산업과 연계하여 남북을 아우르는 철도·도로망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기본골격이다.
한반도의 DMZ는 지구 상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밀집하여 배치되어 그야말로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DMZ 경계근무는 군사분계선과 남방/북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GP/GOP 에서 이루어진다. GP(Guard Post)는 비무장지대 내부에 존재하는 경계초소로 콘크리트 요새로 벙커와 막사로 이루어져 30-40명 규모의 수색중대가 주둔한다. GOP(General Out Post)는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일반전초기지로 1~3km 정도의 철책선을 1개 소대가 맡아 순찰하며 철책선 중간에 설치된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선다. 경계근무는 철책선을 따라 도보로 이루어지고, GP에서의 수색과 정찰 업무도 DMZ 내 형성된 보행로를 따라 수행한다. 분단 이후 DMZ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온 공간이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히 자연생태계가 복원돼 유지된 곳이다. 이런 역사적,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이는 세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 논의의 가장 기본 되는 부분은 서로 간의 왕래 즉, 교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3대 벨트로 구축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교통 연결성이다. 이 가운데 DMZ를 평화벨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DMZ 평화올레’ 구축을 제안한다. ‘DMZ 평화올레’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성공단 개발은 북측의 군부대를 후방으로 이전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유사하게 DMZ 평화올레의 조성은 남북 군사 당국이 평화올레 조성과 안전한 통행에 대한 보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이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실제적인 효과를 수반한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에 평화의 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쉼터와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위한 시설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설 수요를 기존의 GP를 존치하여 재생시켜 활용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분단의 극복은 하루아침에 문득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함께 메워나가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 협력 사업은 냉철하고 합리적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로 ‘DMZ 평화올레’와 같은 공동사업을 통해 미래의 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DMZ에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평화의 길’을 구축해, 한반도와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찾아와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자. 우리는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DMZ 내 도보다리를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이 장면은 한민족의 뇌리에 강렬한 평화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DMZ 평화올레의 출발점은 이 도보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평화의 길을 찾아와 걷는 이에게 전쟁과 평화를 생각할 수 있도록 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DMZ의 GP가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하여,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순례자를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본다.
오늘의 사족: 한국교통연구원 발행 ‘월간교통’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