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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May 13. 2023

사람의 향기

조팝나무꽃 향기를 맡으며

주론산은 제천에 있는 산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주론산 밑에 제천이라는 도시가 자리잡았다. 물론 주론산의 명명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저러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배론성지가 주론산 아래 터를 잡고 있다. 일대가 배의 밑바닥과 유사하다 하여 배론, 주론(舟論) 같은 명칭이 붙었다 한다. 신유박해 병인박해가 일어난 곳이 이 땅이다. 황사영이 신유박해를 피해 이곳에 와 토굴을 파고 그 안에 숨어 쓴 백서를 로마 교황청이 보관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종교와 현실과 정치가 혼란하기만 하다.

주론산 조팝나무 꽃이다. 향기를 맡으며 걸었다.

꽃향기는 바람 따라 흘러간다. 오늘은 조팝나무 꽃향기에 취했다. 산행의 방향이 꽃과 바람이 만드는 조화에 부응하였다. 하지만 인생사 늘 그렇듯이 이러한 조화는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운이 좋았을 따름이다.


사람의 향기는 방향이 없다. 그의 존재가 있는 곳에는 늘 향기가 흘렀다. 바람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아도 그는 늘 온화한 향기를 전하며 주위를 조화롭게 만들었다.


그가 떠나고 난지 세 달여 시간이 흘렀다. 그의 향기가 더욱 그리운 봄이다.

임보라. 초록나무라 불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한신대학교를 졸업했고, 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향린공동체 교회에서 목사로의 삶을 살았다. 이곳을 빌려와 다시 그의 향기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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