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시설물 재활용해 DMZ 평화올레를 찾는 사람들의 숙소로 사용하자!
2018년 11월~12월에 걸쳐 DMZ(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의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고 관련 시설물을 철거하는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상징적 의미에서 몇 개의 GP를 철거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DMZ 내 GP를 전면적으로 철거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재생하여 평화적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남북한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DMZ 내 GP 철수 조치는 이 선언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에서 남북에 걸쳐 3대 벨트를 제안하였다. 서해권에는 산업·물류벨트, 동해권은 에너지·자원 벨트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동서축의 DMZ 평화벨트이다. 3대 벨트는 특화된 전문 산업과 연계하여 남북을 연결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의 DMZ는 지구상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밀집하여 배치되어 그야말로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분단 이후 DMZ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남북이 긴장 상태이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온 공간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히 자연생태계가 복원되어 유지된 곳이다. 이런 역사적,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이는 세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 논의의 가장 기본 되는 부분은 서로 간의 왕래 즉, 교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3대 벨트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남북 간 교통 연결이다. 이 가운데 DMZ를 평화벨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DMZ 평화올레’ 구축을 제안한다. ‘DMZ 평화올레’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성공단 개발이 북측의 군부대를 후방으로 이전함으로 가능하였듯이, DMZ 평화올레의 조성은 남북 군사 당국이 이 구간에 대한 안전한 통행을 보장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 조성사업이 상징을 넘어 실질적인 평화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에 평화의 길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쉼터와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위한 시설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설 수요를 기존의 GP시설물을 재생하여 활용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데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분단의 극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함께 메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냉철하고 합리적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로 ‘DMZ 평화올레’와 같은 사업을 통해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 비로소 남북 화해의 길이 가능할 것이다.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평화의 길’을 DMZ에 구축해, 한반도와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찾아와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자. 우리는 지난 봄 남북 정상이 판문점 인근 도보다리를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이는 한민족의 뇌리에 강렬한 평화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역사의 한 장면이었던 도보다리 회담장을 DMZ 평화올레의 출발점으로 하고, 이곳 GP와 병영시설을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순례자를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보자.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w_Zph-tqWk
오늘의 사족: 2018년 말 DMZ 안의 GP 철거 기사를 보며 쓴 글이다. 오는 4월 27일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1주기 되는 날이다. 한반도 평화를 비는 마음으로 지난 겨울 썼던 글을 오늘 다시 읽고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