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a and Cons of Being a Parisien
겨울꽃에 관한 소회
집 앞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자연스레 피고 지는 계절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고마운 공간입니다.
1월 첫째주 일요일 오전에 공원에 나와 산책하다 한껏 벌어진 꽃봉오리 무리들을 만났습니다.
출퇴근길 바쁜 마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곳에 소담히 핀 꽃을 보며 반가운 마음에 사진으로 담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올해 파리의 겨울 날씨는 작년과 달리 날이 포근하니 나무들도 제철을 모르고 꽃망울을 터뜨렸구나..’
예상치 못하게 12월은 여러 팀의 손님들을 맞이하여 미팅을 주선하고 때로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가며 파리로 출장 오신 분들이 바라는 바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였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찾아온 바쁘고 수선스러운 시기가 지나고 연말에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찾았습니다.
찾고자 해서 찾은 것은 아니고 크리스마스 주간에 OECD 전체가 문을 닫아 출근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강제적 휴식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휴식도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 년 동안 적어온 일기장을 펼치며 작년 이맘때 사건과 사진을 보며 기억의 한계와 생각이 짧았음을 한탄하게 됩니다.
작년 겨울 유난히 추웠고 눈도 많았던 그래서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햇빛을 기다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 그 추위 속에도 꽃을 피운 나뭇가지를 보며 신기해하였고 역시 사진으로 담았으며 글까지 남긴 터였었는데,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오늘 핀 겨울 꽃을 보면서 괜히 날씨를 들먹였습니다.
“개멩(開明)이라는 기 별것 아니더마. 한 말로 사람 직이는 연장이 좋더라 그것이고 남으 것 마구잡이로 뺏아묵는 짓이 개멩인가 본데,
강약이 부동하기는 하다마는 그 도적눔을 업고 지고 하는 양반나리, 내야 무식한 놈이라서 다른 거는 다 모르지마네는 엣말에 질이 아니믄 가지 말라 캤고,
제몸 낳아주고 키워준 강산을 남 줄 수 있는 일가? 천민인 우리네, 알뜰한 나라 덕 보지도 않았다마는...
세상이 하도 시장스러바서 이자는 일도 하기가 싫고 사시장철 푸른 강가에 앉아서 붕어나 낚아 묵고 살았이믄 좋겄는데 그것도 어렵게 될 긴갑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 1부 1권에 용이와 윤보가 나누는 대화에서 세상 물정 아는 목수 윤보가 용이에게 하는 말을 읽다가 빌려온 책에 손댈 수는 없고,
맘속으로 밑줄을 치고 말았습니다. 이 뿐이겠습니까?
김훈장과 조준구의 논쟁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고갱이는 달라진 바가 별반 없으나 현상만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모양새가 겨울에 핀 꽃을 보며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석해버리는 아둔한 내 머릿속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불(火)과 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무술년이 지나고 새로운 기운이 아래로부터 전해져 올 기해년을 시작(始作)하며,
시를 짓듯(詩作) 평화를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 듯(試作) 평화를 안착시킬 제도와 정책을 위해 힘써야겠다고 또 다짐합니다.
뱀발 1. 기해년 맞이하며 썼던 글을 오늘 다시 공원에 나갔다 봄 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생각이 나서 포스팅합니다.
2. DMZ 평화 올레를 주제로 서너편 글을 썼고 기고도 하였습니다. 브런치에도 시리즈로 모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