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기 전에
가슴이 두근거려 본 지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뭐라고 오십 줄 접어들고서는 가슴이 뛸일도 잘 없고 설렘에 손바닥에 땀 날 일도 없다.
어제는 원고 쓰고 있는데 부정맥 증세가 느껴졌다.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신 게 오늘 카페인 섭취량 전부인데 왜 이러지? 빠리 와선 와인 한 병을 일주일에 걸쳐 나눠 마시니 알코올이 원인 일리도 없고..
집에 오는 길에 SPF50짜리 자외선 차단제를 사면서 오늘 제멋대로 심장이 뛴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내일이면 떠나는구나!
떠나는 날 새벽부터 분주하다. 냉장고에 남은 과일을 싸서 배낭에 넣고 이제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우기에 상할 것 같은 음식물 들을 처리하고 집을 나선다. (여름방학을 맞아 식구들은 모두 고국으로 떠나고 냉장고를 비워야 될 판이었다.)
인도 카슈미르 트레킹 다녀온 이후 근 이십 년 만에 다시 트레킹을 떠난다. 몽블랑으로!!
오늘의 사족 1. 배낭 메고 집을 나서 빠리 TGV역에 왔는데 땀이 삐질 나서 이 저질 체력으로 몽블랑 트레킹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2. 리용시 근처까지는 고속선로를 이용하여 두 시간 만에 왔는데 맵을 보니 거리상 4/5는 온 것 같다. 몽블랑 트레킹의 출발지인 샤모니까지는 다섯 시간 반 걸린다고 했는데 나머지는 얼마나 천천히 가려고 이렇게 빨리 와버렸지 궁금하다.
3. 고속선로 이후는 완행 모드다. TGV가 프랑스 시골 동네를 쉬엄쉬엄 가는데 옆으로 펼쳐진 풍경이 정겹다. 때로는 시골역에 들리기 위해 전진했다 후진해서 가기도 한다. 열차 시간표가 거짓말 할리 없다. 표에 나와 있는 데로 5시간 반 걸려 예정한 시간에 도착하다.
참고: 몽블랑 트레킹(Tour du Mont Blanc)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3국을 거쳐 170km 구간을 약 60시간에 걸쳐 6박 7일 동안 걷는다. 고도 1500에서 250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니 사실 걷는다기 보다는 산행을 한다는 편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하루에 6시간씩 걷는다고 보면 10일 정도 걸리는 코스다. 나는 7일 일정으로 코스 중간에 두 번 차량으로 이동하고 하루 15~25km 사이를 걸었다. Le Tour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6박을 하고(숙박한 산장은 파란네모로 표시) Notre-Dame de la Gorge에서 트레킹을 마치다.